[소년중앙] 전국 곳곳 ‘계란꽃’…적응력 뛰어난 개망초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며 나무들도 잎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서 열심히 광합성을 하는 계절로 접어드네요. 이 시기에도 새로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준비하는 식물이 많습니다. 나무가 주로 봄부터 여름에 몰려있다면 풀은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 종류가 꽃을 피워요. 이번에는 초여름 꽃을 피우는 ‘개망초’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이름은 몰라도 이 꽃을 본 적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개망초꽃을 많이 사용했거든요. 원 모양으로 펼쳐진 흰색 꽃잎 안쪽 가운데에 노란색 통꽃이 동그랗게 모인 형태라 계란후라이라고 상차림을 하곤 했었죠.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은 개망초를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학명은 ‘Erigeron annuus’입니다. 에리제론(Erigeron)은 망초속 식물을 이르는 용어로, 라틴어 ‘이르다(eri)’와 ‘노인(geron)’의 합성어죠. 왜 노인을 연상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열매가 만들어질 때 깃털들이 뭉쳐있는 모습이 노인의 흰머리를 생각나게 했나 봅니다. 안누스(annuus)는 ‘1년생 초본’이라는 뜻인데요. 실제로 개망초는 가을에 돋아서 겨울을 로제트로 견디고 이듬해 꽃대를 올리니 2년에 걸쳐서 생장합니다. 식물학적으로는 ‘해넘이 한해살이’ 식물이라고 해요.
개망초라는 이름은 ‘망초’와 비슷하지만 아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망초는 잘살던 집안이 망하게 되면 그 집에 피는 꽃이라고 해서 ‘망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하고, 농사를 망치게 하는 풀이란 뜻에서 망초라고 붙여졌다고도 합니다. 개망초는 망초와 비슷하지만 망초가 아니니 ‘개’자를 붙여서 개망초로 부르게 된 것인데, 식물 이름에 ‘개’자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원래 있던 식물과 비슷하지만 그거보다는 못하거나 그것보다 흔하게 볼 수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 붙이죠. 일본에서는 이누요메나(犬嫁菜)라고 부른다는데 거기서 ‘개(犬)’라는 글자를 따 붙이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실 개망초는 집안이 망하면 피는 꽃이 아니에요. 이사를 해 빈집이거나 집을 돌보는 사람이 없으면 잡초 제거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망초나 개망초는 워낙 개체수가 많고 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내는 번식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잠시만 틈을 줘도 여기저기 자라납니다. 번식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 특히 개망초는 망초보다 일찍 성장해 꽃을 피우는 데다 농촌지역뿐 아니라 도시‧산업지역에서도 잘 자라요. 농사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방치된 땅에 번성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보다 보니 토종 식물 같지만 개망초는 외래종입니다. 개화기(1890년대) 이후 귀화한 신귀화식물이죠. 외래종 식물들은 본래 살던 곳과 기후나 토양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원래 자생하던 그 나라 고유의 식물들과 경쟁을 하기도 해야 해서 정착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좋은 땅, 좋은 환경만 따졌다면 개망초도 지금처럼 세력을 넓게 펼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요즘 다문화가정도 많고, 이주 노동자들도 많죠.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살던 고국을 떠나 가족들과 헤어져 외국에서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죠.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나라를 찾았지만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로 이질감을 느끼기보다 낯선 땅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살아나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존중해주면 어떨까요.
멀고 먼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주해 와서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번식해서 살아가는 개망초를 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며 살아보겠다는 도전정신이나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일도 누군가 처음 한 사람들이 있지요. 그 사람들의 용기와 도전의 결과로 다른 사람들이 좀 더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어요.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귀화식물 개망초의 삶에서 한 수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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