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셀프 족쇄' 전술, 아놀드 '보통 미드필더'로 기용…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사우스게이트

김정용 기자 2024. 6. 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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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원래 풀백인 스타 선수를 미드필더로 기용한다기에 특별한 활용법을 기대한 사람이 많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냥 보통 미드필더였다. 이 전술로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역량을 뽑아내기 힘들었다.


17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유로 2024 C조 1차전을 치른 잉글랜드가 세르비아에 1-0 승리를 거뒀다. 앞서 슬로베니아와 덴마크가 1-1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잉글랜드가 조 1위로 올라섰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예고된 대로 알렉산더아놀드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의 오른쪽 풀백으로서 세계적인 활약을 해 온 선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카일 워커에게 밀려 후보 신세였던 선수다. 유소년 시절 '제라드의 후계자'로 불렸던 미드필더 출신이고, 프로에서도 풀백에서 미드필더로 이동하는 인버티드 풀백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더 역할을 테스트 받았다.


알렉산더아놀드를 미드필더처럼 쓴다면 풀백도 미드필더도 아닌 하이브리드 역할일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중앙 미드필더를 3명으로 구성하고, 알렉산더아놀드가 자주 오른쪽 측면으로 빠질 수 있게 해 주면 중앙과 측면을 동시에 보강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를 통해 워커의 부족한 오버래핑 능력도 보완하고, 왼발잡이 오른쪽 윙어들이 안으로 파고들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합을 맞출 수도 있었다. 이처럼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미드필더는 이탈리아식 용어 메찰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은 알렉산더아놀드와 데클란 라이스를 평범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주드 벨링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 앞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4-2-3-1 포메이션이었다.


벨링엄의 공격가담 능력을 살리기 위한 조합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다. 벨링엄은 원래 중앙 미드필더였던 기존 플레이스타일과 달리 지난 1년간 레알마드리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됐고 주득점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벨링엄이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 바로 뒤에서 뛸 수 있게 해 줄 필요는 있었다. 전반 13분 벨링엄의 헤딩골이 터졌다는 점은 사우스게이트 감독 전술의 효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운영 면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잉글랜드 중원 조합은 공을 오래 쥐기만 할 뿐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후반 24분 교체돼 나갔는데, 이 시점까지 잉글랜드의 슛은 단 4개였다. 벨링엄의 헤딩골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가 알렉산더아놀드의 중거리 슛이었다. 알렉산더아놀드와 라이스 조합은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2선 자원 필 포든, 부카요 사카 및 스트라이커 케인을 전혀 살려주지 못한 것이다.


측면으로 잘 빠질 줄 안다는 알렉산더아놀드의 특징을 살리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반 12분 알렉산더아놀드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위협적인 땅볼 크로스를 시도하고, 이 공이 문전의 벨링엄에게 전달되며 시너지 효과가 마침내 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너무 적었다.


결국 알렉산더아놀드 대신 코너 갤러거가 투입됐지만 갤러거 역시 킥력이 좋은 미드필더고, 측면이나 전방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장점이다.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전술에서는 알렉산더아놀드와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3인 외에 갤러거, 코비 마이누, 애덤 워튼을 선발했다. 갤러거와 마이누는 각각 알렉산더아놀드, 벨링엄과 교체돼 투입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난 1년간 경기력을 중시하며 신예 마이누와 워튼을 선발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막상 이들을 제대로 기용하지 않고 기존 미드필더들의 조합도 보수적으로 기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세르비아 역시 보수적인 축구를 했기 때문에 잉글랜드 중원의 역량을 평가하기엔 부족했다. 세르비아는 장신 선수를 전방에 잔뜩 배치하고 롱볼 위주로 축구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토너먼트에서 만날 강팀 상대로도 통하는 축구를 구상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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