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실패했는데 대표?"…한동훈 저격수 된 김기현의 '반격' [who&why]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7·23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13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면서 포문을 열었다.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지난 4·10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으로 패배했는데도 또다시 그 논쟁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지구당 부활 같은 정치권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력을 모아야 한다.”
이·조 심판론은 총선 때 한 전 위원장이 내건 대표적인 캠페인이다. 지구당 부활은 총선 패배 후 한 전 위원장이 내놓은 몇 안 되는 정치 관련 화두다.
김 전 대표는 별개로 한 전 위원장 측이 ‘출마도 정치적 책임’이라는 논리를 펴자 기자들에게 “그건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리더십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 중 누가 국민의힘이 변했다고 하겠냐”며 “직접 출마할 생각은 없다.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당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연일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여권에선 크게 두 갈래의 해석을 내놓는다. 첫 번째는 당 주류인 친윤계와의 거리를 좁히려 한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한 전 위원장은 두 번의 실패를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적 문제를 말끔하게 드러내지 못한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총선에서 패배한 점이다. 어떻게 그런 분을 우리 당의 세 번째 대표로 모시겠느냐.”
범(汎)친윤계에 속하는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당 운영 견해차를 빚은 뒤 대표직을 물러났고, 친윤계 주류와도 거리가 생겼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한 전 위원장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면서 친윤계가 구상하는 ‘친한계 대 반(反)한계’의 구도가 뚜렷해졌고, 자연스레 김 전 대표도 친윤계와 정서적 거리를 좁힌 모양새다.
친윤계도 김 전 대표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 전 대표는 김석기·박성민·강민국 의원 등 ‘김기현 지도부’ 출신과 모임을 이어갈뿐 만 아니라, 주호영·권영세·김희정·권영진 의원 등 옛 소장파 모임 출신들과 18일 조찬회동도 한다. 여권 관계자는 “친윤계 입장에선 김 전 대표를 고리로 반한계를 모을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며 “김 전 대표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원할 테니, 김 전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는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것이 정치적 명예회복의 기회라고 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사퇴했는데, 한 전 위원장은 불과 그 8일만인 21일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을 위해 김 전 대표를 물러나게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연설에서 “국민의힘이 잘해왔는데도 억울하게 민주당에 뒤지는 게 아니다. 바로바로 바꾸자”며 김기현 체제를 비판하는 듯한 말을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1월 영입 인재로 발표한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TV조선 앵커 출신 신동욱 의원은 모두 김 전 대표가 지난해 대표를 지낼 때 영입한 뒤 발표만 남겨뒀던 인사였다고 한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메가시티 정책도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서울 편입론을 계승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한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표 관련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의 행동은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김 전 대표에겐 지금이 반격의 시간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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