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설치선 수출국 한국… 정작 국내선 ‘찬바람’

황민혁 2024. 6. 1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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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해상풍력설치선(WTIV) 공급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16일 "국내 조선사의 WTIV 생산 역량이 아무리 출중해도 해상풍력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한국은 수혜를 볼 수 없다"며 "해상풍력 단지의 구체적인 보급 계획을 정책으로 만들고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국내 민간기업이 선제적으로 자체 WTIV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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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활성화 더뎌 장애물 산적
내년부터 세계 WTIV 수급난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호조를 띠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해상풍력설치선(WTIV) 공급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해상풍력 시장은 활성화가 더뎌 WTIV를 운용하는 데 장애물이 많다. 국내 해상풍력 업계에서는 향후 세계적으로 WTIV 수급난이 예상되므로 자체 운용 선박을 확보하고 시공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WTIV는 바다 위에서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때 필요한 배다. 터빈, 블레이드 등 기자재를 나른다. 발전기의 크기가 커지고, 해상풍력 단지의 위치가 육지와 더 멀어지면서 WTIV 수요 증가세는 더 가팔라진다. 유럽풍력발전협회는 내년부터 WTIV 초과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해 2029~2030년 약 12대의 WTIV가 부족할 것으로 봤다. 이로 인해 총 29.9GW의 풍력터빈 설치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풍력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WTIV 56대를, 유럽은 49대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선 11대를 운행 중이다.

국내 조선 업계는 관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일 대형 WTIV 1척을 진수했다. 마무리 작업까지 마친 후 해상풍력 선진국인 덴마크의 WTIV 운항사 카델라에 인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지금까지 2척의 WTIV 인도 실적이 있고, 추가로 2척을 건조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3척의 WTIV를 인도했고, 지난 2021년 자체 기술력에 기초해 WTIV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조선사가 만든 고품질 WTIV를 국내에선 쓸 곳이 없다.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대부분은 시공 이전의 개발 단계다. 올해 초 국내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23GW 규모 해상풍력 단지 가운데 상업 개시된 용량은 0.5%(124㎿)에 불과하다. 사업화 차질, 주민 반대 등 실제 삽을 뜰 때까지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기업이 거액을 들여 국내용 WTIV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운항 중인 WTIV는 10㎿급 발전기 설치가 가능한 현대스틸산업의 현대프론티어호가 유일하다.

WTIV가 필요로 하는 해상풍력 전용 항만도 부족하다. 풍력 발전기 기자재인 터빈, 블레이드 등은 부피가 크고 무겁다. 따라서 육로 운송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제조항만, 부품 보관 및 WTIV 정박용 설치항만, 발전단지 유지·보수를 위한 유지관리 항만 등이 필요하다.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 넥스트는 “현재 목포신항을 제외하고는 설치항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해 정부의 2030년 해상풍력 설치량 목표(14.3GW)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16일 “국내 조선사의 WTIV 생산 역량이 아무리 출중해도 해상풍력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한국은 수혜를 볼 수 없다”며 “해상풍력 단지의 구체적인 보급 계획을 정책으로 만들고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국내 민간기업이 선제적으로 자체 WTIV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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