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부세·상속세 개편, 방향 맞지만 여론 소통이 관건

2024. 6. 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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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 하고 있는 성태윤 정책실장.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중산층 부담 줄이고 낡은 세제 고칠 필요


세수 대책, 부자감세 반발 등은 고민해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상속세 개편 방향이 구체화됐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어제 방송에 출연해 종부세를 초고가 1주택과 주택 가액 합계가 많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리겠다고 밝혔다.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고려해 세율을 최고 3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하겠다고 했다. 종부세의 재산세 통합이나 상속세의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거론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산 전체가 아니라 각각의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는 유산에 취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자본이득세는 주식·부동산 등을 상속할 때 과세하지 않고 나중에 현금화할 때 일반 양도세율보다 높은 세금을 물린다.

국세인 종부세는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쓰인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당장 폐지하는 대신 중산층 부담은 줄이되 ‘부유세’ 기능은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상속세율 인하 폭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점도 새롭다. 집값 안정 도구로 과하게 활용된 종부세의 징벌적 성격을 바로잡고,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데는 공감하는 이가 많다. 종부세의 부유세 특성만 남기면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다. 상속세 인적공제 금액은 199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제 금액을 올릴 필요도 있다. 통상 10억원이 넘으면 상속세 대상인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이다. 아파트 1채만 물려받아도 이젠 상속세를 낸다. 일부 수퍼리치를 대상으로 만든 세금이 중산층을 옥죄는 세금이 됐다.

세금은 정부 재정의 핵심 재원이다. 구부러진 낡은 세제를 현실에 맞게 반듯이 펴는 일은 해야 하지만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도 따져야 한다. 감세가 많아지면 불가피하게 재정건전성을 흔들 수 있다. 정책실장은 경제 왜곡이 많으면서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은 종부세와 상속세를 표적으로 삼았다지만 그렇게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종부세로 4조5965억원을, 상속세로 8조5444억원을 거뒀다. 개편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수 감소가 어느 정도일지, 줄어든 세수를 메울 대책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굵직한 세제 개편은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한다.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에도, 상속세율 인하에도 거대 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야당에서도 1주택 종부세 완화·폐지와 상속세 완화 주장이 나오지만 ‘부자감세’라는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납부자가 많이 늘었다지만 아직도 피상속인의 4.5%(2022년)만 상속세를 낸다.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의 합리적 개편이 경제 전체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점을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 세제 개편의 성공은 정부·여당의 소통 능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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