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미 의원들의 ‘셀프’ 세비 동결

이동훈 2024. 6. 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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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의회 의원들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의원들이 경제적 이유로 새 직장을 찾아 떠날 정도가 된 건 올해로 15년째 동결된 '박봉'의 세비 때문이다.

의원들은 특히 2년 전엔 자신들의 세비 동결 여파로 그동안 의회 보좌진의 13%가 워싱턴DC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자 21% 인상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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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격화된 정쟁에 염증을 느낀 의원들의 은퇴 선언이 유행처럼 번진다. 더 충격적인 건 높은 연봉을 좇아 민간 기업으로 이탈하는 의원들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원 미·중 경쟁특위를 이끌며 공화당 내 신성으로 떠올랐던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지난 4월 은퇴를 선언한 뒤 곧바로 벤처 캐피털 회사로 향했다. 앞서 같은 당 데이비드 시실린 의원은 기존 세비(17만4000달러, 약 2억4000만원)의 3배를 받는 직장을 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의원들이 경제적 이유로 새 직장을 찾아 떠날 정도가 된 건 올해로 15년째 동결된 ‘박봉’의 세비 때문이다. 미 의원 세비는 1989년 도입된 생활비 조정제도에 따라 민간부문 임금인상률에 기반해 자동 인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실업률이 치솟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자동인상을 ‘셀프 불허’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주에도 하급 군인 급여 19.5%를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도 세비는 동결했다. 의원 세비는 올해 초 책정한 연방 판사 최저 연봉 24만3000달러와 7만 달러 가까이나 차이가 난다. 의원들은 특히 2년 전엔 자신들의 세비 동결 여파로 그동안 의회 보좌진의 13%가 워싱턴DC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자 21%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이젠 보좌관 10명 중 1명은 의원 세비를 추월했다고 한다. 의원들은 그나마 보좌진의 급여를 올린 데 대해 “의회가 부유층 자제들만 일하는 곳이 되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최근 세출위에서 “부자들만 의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자존심을 갖게 하자”며 세비 인상을 주장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의원들이 의회가 인기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 분노를 살까 우려한 때문이다. 극한 대결을 일삼다가도 세비 인상에 대해서는 100% 협치하는 여의도 국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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