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K하트와 오물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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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와 검지를 겹쳐 만드는 이른바 'K하트'가 미국에서도 최근 유행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6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K하트가 떠올랐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열린 '찰스 3세 하모니상' 시상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북한이 아직도 오물 풍선을 보내는지 물었다고 한다.
북한의 요구대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면 오물 풍선 도발을 한동안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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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와 검지를 겹쳐 만드는 이른바 ‘K하트’가 미국에서도 최근 유행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6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K하트가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20일 정상회담 3일차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백두산 천지를 올랐다. 천지를 배경으로 남측 수행단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남쪽에서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를 해보자”는 남측 한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포즈를 취했다.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의 손가락 하트를 자신의 손으로 떠받들었다. 멋쩍은 듯 크게 웃는 독재자의 어색한 손가락 하트는 북한의 변화를 예고하는 듯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도발 자제까지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하면서 새벽잠 깨지 않도록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해빙 무드를 타고 남측은 군 당국과 정부 각 부처가 남북 협력 과제를 발굴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중 하나가 육상·해상·공중에서의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9·19 군사합의였다. 이는 김 위원장의 K하트 사진이 연출되기 바로 전날 남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로 맺어졌다. 이에 따라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파괴 등의 긴장완화 조치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화기애애했던 남북 관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현재는 미사일 시험발사는 물론이고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로 NSC 상임위원회의가 열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열린 ‘찰스 3세 하모니상’ 시상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북한이 아직도 오물 풍선을 보내는지 물었다고 한다. 좀처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북한으로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하다. 무엇보다 웬만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던 남측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오물 풍선이 자동차 유리를 깨뜨리는 등 재산 피해로까지 이어지면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북한의 요구대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면 오물 풍선 도발을 한동안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최고 존엄의 심기를 건드리는 전단 살포를 차단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안보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9·19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 데 이어 정전협정 효력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남북 간 긴장이 최근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담은 오물 풍선을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자 오물 풍선을 다시 띄웠으며 새로운 군사 도발까지 예고했다. 남측에선 국방부는 물론 통일부에서까지 강경 대응을 외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남북이 서로 100배의 화력을 보태며 치고받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Stop Fight Tonight’(오늘 밤 전투를 멈추게 한다)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엔군사령부가 경고 메시지를 꺼내야 하는 상황은 남북 양측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외교로든 군사적으로든 남북 간 긴장 수위를 낮추는 정책 추진이 시급해 보인다. 한 군사 전문가는 “남북 젊은이들이 서로 피 흘리게 하는 상황만은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경택 사회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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