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창작과 일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몇 달 전 작고 가벼운 캠코더를 한 대 샀다.
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팔다리 모양, 모든 것이 각각의 독특한 형상을 지닌 아름다운 대상으로 느껴진다.
예술의 쓸모없음, 무효용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삶의 모든 순간을 더 깊고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쓸모가 있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작고 가벼운 캠코더를 한 대 샀다. 여행 중에는 물론 친구들을 만나거나 혼자 카페에 갈 때도 들고 다닌다. 지금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영상으로 뭔가를 만들다 보면 언젠가 영화를 찍거나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의 순간들을 면밀히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캠코더를 들고 거리를 나서면 세계의 모든 움직임이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인다. 모든 순간은 미래의 영화를 구성하기 위한 잠재적인 재료가 된다. 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팔다리 모양, 모든 것이 각각의 독특한 형상을 지닌 아름다운 대상으로 느껴진다. 각각의 순간을 소중하게 풍성하게 감각하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오로지 사진을 찍겠다는 목적만으로 늘 다니던 장소에 가본 적이 있는가? 어딘가로 이동하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촬영을 위해서 자주 가던 공간을 들여다본다면 아름다움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대화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가진 채 다시 들어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말투와 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가 얼마나 독특하고 다채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원래 말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소리가 예쁜 단어, 의미가 독특한 단어 등 언어의 면면을 수집하다 보면 세상의 말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동시에 복잡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된다. 그림이나 작곡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 비슷한 측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예술의 쓸모없음, 무효용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삶의 모든 순간을 더 깊고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쓸모가 있을까. 모두에게 어떤 매체나 방식이든 간에 창작하기를 권하고 싶은 이유다.
김선오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애완견’ 발언 후폭풍… 친명 “그것도 높여준 것” 막말
- “휴진하면 앞으로도 불매” 의료계 총파업에 뿔난 맘카페
- 송중기 이어 민희진까지…유명인 사칭 신종사기에 발칵
- ‘대형견 입마개’ 부탁에… “딸들 묶어라” 조롱한 12만 유튜버
- 손님 나갔는데 뜨뜻한 페트병이… 아이 엄마 행동 ‘충격’
- “연예인도 아이폰만 쓰네”… ‘셀카 열풍’에 삼성 곤혹
- “인천공항에서 테니스를”... 윤종신 아내, 민폐에 격분
-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 성공…처벌 양형 줄일까
- 33도 폭염에도 ‘맨발의 청춘’… 맨발걷기 열풍
- “왜 결혼 안 하냐” 잔소리에 흉기를… 30대 징역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