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혁명 성지', 시진핑 탈빈곤 시범구로…징강산 '홍색경제' 현장[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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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빈곤 7년 농민 월 소득 25만원
빈곤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선산촌 마을회관 알림판에는 “환빈(還貧) 방지 감시 대상” 포스터가 붙어 있다. 주택·교육·의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은 시 향촌진흥국에 신고하라는 안내다. 2023년 연평균 소득 7800위안(148만원)을 빈곤 기준으로 규정했다. 마을 집집마다 빈곤탈출, 불안정, 가난위험, 돌발성 빈곤 가구 네 부류로 구분한 표지가 붙어 있었다. 빈곤호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후난(湖南)성과 경계한 징강산시는 서울시 2.4배 면적에 인구 19만 명인 최말단 향급(鄕級) 행정구역이다. 지난 10년간 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확인한 소득 수준은 초라했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농민 1인당 연 소득은 6163위안(117만원), 도시 주민은 1만9462위안(369만원)에 불과했다. 농민 월 소득은 10만원에도 못 미쳤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22년 연간 도시민 4만4509위안, 농민 1만5974위안으로 2.3~2.6배 늘었다. 그래도 월 소득은 도시 70만원, 농민 25만원 수준이다. 도농 격차는 2.8배 수준이다.
지난 1월 31일 개최된 인민대표대회(시의회)에서 랴오둥성(廖東生) 징강산시 시장은 2023년 성장률을 4.5%로 발표했다. 목표치 8.5% 달성에 실패했다. 중국 전국 성장률 5.2%에도 못 미쳤다. 올해 성장률 목표는 6%. 관광객 수를 10% 이상 늘리고, 홍색 교육 훈련생 목표 48만명을 제시했다.
24일 만난 랴오 시장은 “해마다 징강산을 찾는 국장급 이상 고위직 간부만 2000명 선”이라며 “혁명의 초심을 새기는 홍색 교육 훈련과 천혜의 녹색 환경을 결합한 홍녹(紅綠) 융합이 발전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잠비아 대통령이 징강산을 방문했다며 “홍색 관광이 전체 산업의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각종 마오 굿즈 매출과 홍색 관광 소득을 앞세운 ‘레드노믹스(홍색경제)’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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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강산 모델’ 공동부유로 진화
이론화 작업이 한창인 ‘징강산 모델’은 시 주석의 소득 분배 전략인 공동부유로 연결된다. 장진(張瑾) 장시 재경대학 교수는 논문에서 징강산 모델을 “홍색 학습, 농촌 펜션, 홍색 명승지를 결합한 홍색 관광으로 향촌진흥을 돕는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옛 혁명 근거지와 같은 저개발 지역에서 향촌진흥을 추진하고 공동부유를 실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난 세기 마오쩌둥을 시 주석이 공동부유로 계승한다는 취지다.
징강산은 마오의 첫 번째 혁명 근거지였다. 1927년 8월 1일 중공은 장시성 난창(南昌)에서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독자적인 군사투쟁을 시작했다. 오는 2027년 100주년을 맞는 인민해방군의 창건기념일이 난창봉기에서 유래했다.
마오는 1934년 10월 대장정을 시작할 때까지 징강산 일대에서 지주의 토지를 몰수해 농민에게 나눠주는 ‘토지혁명’을 전개했다. 이한페이(易晗菲) 장시간부학원 강사는 “마오쩌둥의 신화가 시작된 징강산이 지금은 중공 간부 교육의 필수 순례지가 됐다”고 말했다.
빈곤탈출에서 공동부유로 진화 중인 징강산 모델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징강산 주민 소득이 지난 10년간 많이 증가했지만, 도농 격차는 여전하고, 언제라도 다시 빈곤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징강산은 그나마 마오의 혁명 유산이라는 ‘행운’으로 관광객과 당 간부가 찾지만 대부분의 낙후 지역에서 마오와 홍색을 내세운 징강산 모델은 한계를 갖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징강산=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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