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건군 돼야 강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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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무인화, 자동화, 네트워크 전쟁. 이런 키워드들에 익숙해지다 보면 미래 군대는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한국군도 첨단화하고 있는데 50만 가까운 병력이 필요하냐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미래 군대=무인 군대' 혹은 '첨단화=병력 대폭 감축'이라는 착시가 불러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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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무인화, 자동화, 네트워크 전쟁…. 이런 키워드들에 익숙해지다 보면 미래 군대는 인간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한국군도 첨단화하고 있는데 50만 가까운 병력이 필요하냐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미래 군대=무인 군대’ 혹은 ‘첨단화=병력 대폭 감축’이라는 착시가 불러온 결과다.
첨단화의 전형으로 불리는 미군의 경우 현재 정규 병력은 약 138만명 규모인데 이는 2000년대 초반 약 140만명에서 거의 줄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2000년대 대비 20% 정도의 병력이 감축됐지만 이는 첨단화보다는 예산 감축과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엄밀히 말해 첨단화는 병력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병력의 업(業)을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기계화에 따라 말을 타고 전투하는 기병이 필요 없어졌지만, 그 역할을 기갑전력이 대체한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러한 사실은 무인화와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드론과 전투로봇이 병사의 역할을 대체하더라도 여전히 그를 조종할 인력이 필요하며, 이들을 상호 연결할 네트워크 관리·조작·보안에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군사 과학기술 발전 과정에서 병력의 일부 감축 효과가 발생하긴 하지만 첨단화가 병력을 대체하는 만능의 해법은 아니며, 첨단화가 진행될수록 인력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병사들이 다루는 장비 가격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그 파괴력 증대로 인한 파급영향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병사들의 자질과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병영문화 선진화는 정예군의 핵심 요건이다. 상명하복이라는 군의 특성과 민간 사회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제대로 접목하지 못하는 군대는 아무리 뛰어난 장비와 무기로 무장해도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2000년대 이후의 국방혁신 과정에서 병영문화 선진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 부대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영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조사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상급자의 가혹행위로 의심되는 조치로 인해 젊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적이 아닌 내부의 부조리로 병사가 희생된 사실을 그 부모와 동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인터넷에서의 조회수를 위해 혹은 왜곡된 특정 성별의 우월성 과시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목소리들이 난무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들이 자문자답해봐야 할 때다.
그렇기에 국방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더 애통한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관행이나 가혹행위에 분노하며, 병사의 희생을 모욕하는 괴물들을 척결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이 문서로만 존재하는 목표가 아님을 모두가 실감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불안도, 병사들의 동요도 감소하고 안보태세 강화 역시 이뤄진다.
병영 내 부조리를 일소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의 사기 저하나 군기 해이가 초래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건 리더십이나 군 기강의 의미를 잘못 아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덕장으로 이름 높았고 전후 미국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졸병 장군(G.I. General)’ 오마 브래들리 원수는 “민주주의 군대의 리더십은 가혹함이 아닌 확고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정신이 실현된 건전한 군대가 ‘AI 과학기술 강군’의 출발점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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