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스콜라 신학의 공간화, 샤르트르 대성당
12세기 중반 중세 유럽에 사상적 대변화가 일어났다. 무조건적 신앙을 강조하던 초기의 교부 신학과 달리, 스콜라 신학은 ‘이성을 통한 신앙’이라는 합리적 접근법을 택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빛’과 같은 아날로지(유비·類比)를 통해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신이 임재하는 교회는 빛으로 충만해야 한다. 육중한 벽체를 가진 기존의 로마네스크 교회는 어두웠다. 빛을 담으려면 창이 커야 하고 지붕과 벽체가 가벼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신의 나라, 즉 하늘에 가깝도록 높아야 한다.
이러한 모순적 요구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노력은 고딕 건축이라는 획기적 발명을 낳았다. 스콜라 철학의 중심지였던 파리 인근의 교회들이 여러 구조적 실험에 성공했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완성체로 평가된다. 이미 있었던 로마네스크 교회가 대화재를 입은 후, 1266년 재건된 대성당 본당은 높이 37m, 종탑 113m로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또한 커다란 원형의 장미창과 높고 넓은 벽창들을 두어 밝은 실내를 만들었다.
갈빗대같이 석조 뼈대를 짜 지붕을 구성하고 묶음기둥을 세워 뼈대를 지지했다. 높은 기둥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공중 버팀벽을 세워 구조 시스템을 완성했다. 명쾌한 구조적 체계는 스콜라 철학의 명료한 논리적 훈련의 결과라는 해석이 따른다. 기둥을 제외한 벽은 얇아졌고 큰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만들 수 있었다. 수백 조각의 색유리를 통해 실내는 은은하고 화려한 빛으로 충만하다. 샤르트르 대성당의 176개 스테인드글라스는 중세 예술의 명작들이며 신의 임재와 영광을 유비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수와 성인들, 천사들, 천국과 지옥, 가고일과 키메라 같은 괴수 등 200여 점의 ‘고딕 사실주의’ 조각상들이 곳곳에 설치되었다. 대성당은 건축뿐 아니라 미술과 조각, 음향까지 통합한 신의 공간이다. 샤르트르의 고딕 성당은 성지 순례로를 따라 전 유럽에 전파되었고, 지금까지 세계 교회 건축의 아이콘이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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