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여풍당당…‘1000만 관중’ 책임질게

김효경 2024. 6. 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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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지난 15일 345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역대 최다 관중(2017년 840만688명)을 넘어 최초의 1000만 관중 돌파도 바라볼 수 있는 추세다. [뉴시스]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500만 관중을 넘어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5일 열린 5경기에 총 8만6295명의 관중이 입장해 올 시즌 345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332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넘어선 201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다.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엔 가장 빠른 페이스다.

관중 증가세는 매우 가파르다. 경기 당 평균 관중은 1만4626명(6월 16일 기준)으로 지난해(1만1250명)보다 30%나 증가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관중 기록은 지난 2017년의 840만688명이다. 이 추세라면 최다관중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물론 역대 최초로 1000만 명 돌파도 시간문제다.

프로야구 흥행은 보통 4~5월에 정점을 찍고, 6월 이후 줄어든다. 혹서기와 장마철에 저점까지 내려갔다가 9~10월엔 가을야구를 앞둔 중상위권 팀의 경기에 관객이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6월 이후에도 경기 당 1만6061명을 기록했다. 예년과 달리 6월 이후 오히려 관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프로야구에 관중이 몰리는 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현재 1위 KIA 타이거즈의 승률은 0.594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0.397)와의 승률 차이가 크지 않다. 1위와 5위 팀의 승차가 5게임에 불과하다.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는 예측불가의 상황은 팬 입장에서 흥미로운 요소다. 실제로 10개 구단 모두 경기 당 평균 관중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특정 구단에 쏠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관중 추이

20~30대 젊은 팬과 여성 팬의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아저씨들의 오락’으로 치부됐던 프로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팬층이 바뀌었다.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가족 단위 관중이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겪고 난 2022년 이후엔 여성 팬의 유입이 더욱 많아졌다. KIA 구단이 올 시즌 KIA 경기 입장권 구매자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지난해보다 178%, 여성은 278% 증가했다. 신규 유입 팬들은 여성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요즘엔 여성 팬이 6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고관여 팬(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의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응답자)의 여성 비율은 63.8%로 남성(36.2%)의 두 배에 가까웠다.

삼성 라이온즈 마케팅팀 채성수 프로는 “20대 팬들의 열기가 높아졌다. 올해 대학생 서포터즈 1기를 8명 모집했는데 1100여 명이 신청했다. 여성의 비율도 높다”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에도 딱 들어맞는다. 유튜브 프로야구 관련 영상 조회 수는 이미 월평균 1억뷰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프로야구팬의 연령과 성별이 바뀌면서 응원 문화도 달라졌다.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는 소품을 쓰거나 굿즈(관련 상품)를 구입하는 아이돌 문화가 프로야구에 자리 잡았다.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찾은 한화 팬 김소영(23)씨는 “학생 때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는데, 지난해부터 문동주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실력도 팬 서비스도 국가대표급”이라고 말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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