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트 열풍 뒤엔 ‘더빙’ 있다…“오겜 불어판, 이정재 목소리 같아 몰입”
![지난 5일 만난 캐서린 르타트 더빙 총괄 디렉터(왼쪽)와 존 데미타 프로덕션 매니저. [사진 넷플릭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6/17/joongang/20240617001052763uezb.jpg)
‘국제 더빙의 날’(매년 6월 12일)을 맞아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사무실에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4명이 모여 작품별 더빙 수준을 분석했다. 분석한 작품 중 하나는 22개 언어로 더빙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021).
구슬치기 게임을 앞두고 기훈(이정재)이 자신의 상대인 치매 노인 일남(오영수)에게 분노와 불안을 쏟아내는 장면이다. “당신은 (뇌에) 혹이 있어서 어차피 죽을 거라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꼭 여기서 살아서 나가야 해, 나는 살아서 나가야 한다고!”
미국인 타일러 라쉬(36)는 해당 대사가 영어로 더빙된 버전을 보고 “한국어보다 의미 전달이 더 잘 됐다고 느꼈을 정도”라면서 “배우가 영어로 말을 한 것처럼 입 모양이 잘 맞았고, ‘영감’을 ‘올드 맨’(old man)이라고 부르며 약간 낮춰 부르는 듯한 감정을 담아 목소리 연기를 한 덕에 기훈의 답답함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프랑스어 더빙판을 본 줄리안 퀸타르트(37)는 “이정재와 비슷한 목소리가 불어권에 많이 없는데, 비슷한 연령대 남성을 성우로 잘 섭외해 몰입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어 더빙판을 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43)와 포르투갈어 더빙판을 본 카를로스 고리토(38)는 각각 나폴리와 리우데자네이루를 언급하며 “현지 사람이 화내는 톤과 똑같다”며 감탄했다.
이날 행사 이후 중앙일보와 만난 캐서린 르타트 넷플릭스 더빙 총괄 디렉터와 존 데미타 프로덕션 매니저는 “더빙은 한국의 뛰어난 콘텐트가 전 세계로 나가는 데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는 연내 공개 예정인 ‘오징어게임’ 시즌 2 역시 시즌 1의 동일한 성우와 더빙 작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넷플릭스 콘텐트는 한국어를 영어로 전환한 뒤, 영어판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로 더빙한다. 성인 대상은 17~18개, 키즈 콘텐트는 최대 35개 언어까지 작업한다. 성우 겸 배우 출신인 데미타 매니저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이 한국 콘텐트의 강점”이라며 “K-콘텐트가 가진 본질과 뉘앙스가 더빙을 통해 사라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문장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거나, 속담·언어유희와 같은 한국어 대사의 경우, 맥락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또 ‘오빠’ ‘언니’ ‘누나’ 등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들은 한국 단어를 그대로 살렸고, ‘아이씨’ ‘어머’ 등 감탄사도 외국 성우의 목소리로 구현했다.
성우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마스크걸’ ‘닭강정’의 안재홍, ‘지옥’ ‘정이’ ‘선산’의 김현주 등 넷플릭스 다작 배우들은 담당 성우가 있을 정도다.
더빙 작업을 총괄하는 르타트 디렉터는 “문화적·기술적·연기적으로 오리지널 콘텐트의 본질을 여러 언어로 전달하는 더빙은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제2의 제작’이라 말할 수 있다”며 “시청자가 작품을 볼 때 ‘더빙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어야 좋은 더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 간부들은 계륵이야” 뇌물 풀세트 다섯 곳은 여기 | 중앙일보
- "산책 나갔다가 몸에 500마리"…'팅커벨' 사라지자 '이 벌레' 습격 | 중앙일보
- 말기암 완치, 또 말기암 걸렸다…'두 개의 암' 생존자 이야기 | 중앙일보
- 박진영 "시혁이 써먹겠다"…방시혁, 기타 치면서 깜짝 등장 | 중앙일보
- 박세리 대전 집 경매 나왔다…직접 설계했다는 '나혼산' 그 건물 | 중앙일보
- [단독] '세한도' 기부 때도, 하늘 갈 때도 "알리지 말라"…기부왕 손창근 별세 | 중앙일보
- 아이유 사는 130억 고급빌라…10명 중 8명이 현금 내고 샀다 | 중앙일보
- '이범수와 파경' 이윤진, 발리서 호텔리어 됐다 "새롭게 시작" | 중앙일보
- 30대 남성 보호사가 50대 여성 몸 올라타 폭행…정신병원 CCTV 충격 | 중앙일보
- 김호중, 음주 뺑소니 35일 만에 합의…택시기사 "운전 생각 없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