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애완견 언론’ 파장…측근들 “애완견 모독” 한술 더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에선 “애완견에 대한 모독”(양문석)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재명 호위 무사들이 오물 같은 말을 퍼붓는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은 지난 14일 나왔다. 이날 공직선거법 공판에 참석하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 대표는 “대북 송금은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조작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이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며 “이런 여러분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주말 새 발언 여파가 커지자 민주당은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언론사 해직기자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영입된 노종면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대다수 언론이 검증보단 검찰 주장을 받아쓰기에 분주하지 않은가”라며 “이런 행태를 애완견이라 부르지 감시견이라 해줄까”라고 썼다.
YTN 노조위원장을 지낸 노 의원은 ‘돌발 영상’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자유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에 반발했고, 1호 해직기자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2011년 징계 무효 소송 2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판사에게 “언론 자유라는 헌법 가치는 언론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지켜야 한다”는 편지도 썼다. 민주당에 영입된 그는 “의원들은 사무실 신문 구독부터 끊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평소 언론학 박사임을 강조하는 양문석 의원도 이날 유튜브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며 “애완견 ‘꿈’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기레기라고 해도 될 것을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줘도 기레기들은 분노 조절 기능을 상실한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4·10 총선 때 과거 딸을 동원해 ‘편법 대출’을 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기 대출이 아니라 편법 대출”이라는 말을 남긴 그는 당선 이후 언론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중이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법부에 뺨을 맞고 언론계에 눈을 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애완견에 빗대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 호위무사들이 나서 오물 같은 말을 퍼붓고 있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중량급 인사들도 “독재자 예행연습”(나경원 의원), “국민에 대한 모욕”(안철수 의원), “조폭 같은 막말”(유승민 전 의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공정한 언론 환경 조성’을 앞세워 방송 3법을 밀어붙이면서, 불리한 보도엔 조작이라고 언론을 입막음하려 드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는 통화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기사와 언론사는 환영하고, 반대는 거부하고 편식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며 “독재자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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