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보호 안 해?"vs"SON만 토트넘 선수?"…벤탄쿠르 'SON 인종차별' 토트넘 무대응, 팬들도 싸운다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침묵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졌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곧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24)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한 포스터를 게시했다.
곧 유로 2024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는 토트넘 선수는 미키 판더펜(네덜란드)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덴마크)이다. 네덜란드는 16일 오후 10시 폴란드와 유로 2024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가지고, 덴마크는 17일 오전 1시 슬로베니아와 C조 1차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소속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포스터를 게시했고, 팬들도 판더펜과 호이비에르가 유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이때 일부 팬들은 벤탄쿠르를 비판하고, 누군가는 벤탄쿠르를 지적하는 팬들을 비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전혀 상관 없는 게시물에 벤탄쿠르 이름이 등장한 이유는 그가 최근에 한 인종차별 발언 때문이다. 심지어 대상이 토트넘 주장이자 동료인 손흥민과 대한민국 사람들이었기에 논란이 커졌다.
문제의 사건은 오는 20일 미국에서 열리는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발생했다.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벤탄쿠르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우루과이 매체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졌다.
각종 매체에 의하면 인터뷰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물어봤다. 벤탄쿠르가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이기에, 사실상 손흥민 유니폼을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벤탄쿠르도 질문을 듣자 "쏘니?"라고 되물었다.
이후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벤탄쿠르의 말은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벤탄쿠르에게 농담일지 몰라도 그가 평소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줬기에 많은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벤탄쿠르가 사과문을 올렸지만 손흥민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엔 토트넘 구단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는데, 논란이 발생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토트넘은 성명서 등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소속 선수가 다름 아닌 클럽 주장이자 레전드인 손흥민 그리고 그의 조국 대한민국 사람들을 인종차별을 한 초유의 사건이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구단의 행보는 팬들을 불만을 샀다.
그렇기에 어떠한 성명도 발표하지 않으면서 태연히 유로 2024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홍보 포스터를 게시하자 일부 팬들은 SNS에 댓글을 통해 "이 클럽은 선수를 보호하는 법조차 모른다", "벤탄쿠르를 한국에 데려오지 마라", "너희들이 아시아 투어 때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된다"라고 비판했다.
토트넘은 오는 7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참여한다. 토트넘은 7월 31일 팀K리그, 그리고 8월 3일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친다. 곧 한국 팬들을 만나러 한국을 찾는데,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에 침묵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때 일부 팬들은 벤탄쿠르를 비판하는 팬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들은 "우리는 벤탄쿠르와 함께한다", "우린 손흥민 팬이 아니라 토트넘 팬이다", "한국 팬은 선수 1명이 아니라 모든 토트넘 선수들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라고 댓글을 작성해 다른 팬들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 모든 건 구단의 대처가 신속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 매체 '컬쳐포인트'도 "토트넘은 이번 사건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라며 구단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먼저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최근 한국인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해 논란이 됐다"라며 "그의 팀 동료가 한국의 슈퍼스타 손흥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이러니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이 끊임없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중 가장 최신 사건이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벤탄쿠르가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글로벌 세계에서 어떻게 이 고비를 넘을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토트넘에 이번 사건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들은 "오늘날의 상황에서 다른 사건에 비해 가볍다고 하더라도 토트넘은 이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인봉차별이 여전히 스포츠에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인정은 팀이 선수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편견에 맞서 싸우고, 올바른 편에 서 있다는 걸 팬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인이 아닌 거의 모든 선수들은 커리어 중 어느 시점에서 어떤 형태이든 인종차별을 당했다"라며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라리가 경기 중 발렌시아 팬들에게 극심한 학대를 받았고, 가해자들은 최근 징역형을 받았다"라며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를 인종차별한 팬들이 징역 8개월 처벌을 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매체는 "비니시우스와 손흥민은 인종과 민족이 다를 수 있지만 요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인종차별적인 농담도 특정 문화에 대한 무지와 비수용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어조를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가 꼭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엄중한 경고로 충분할 것"이라며 토트넘이 공식적으로 인종차별 사건을 인정하고 벤탄쿠르에게 최소한 경고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벤탄쿠르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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