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앙아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K실크로드' 기반 다졌다(종합2보)
가스전·플랜트·원전사업 수주 '청신호'
전략적 요충지 중앙아로 외교 지평 넓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첫 순방인 중앙아시아 3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16일 귀국한 가운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박7일간의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한 윤 대통령은 3개국 정상들과 각각 회담을 하고, 에너지·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에 나섰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은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주를 위해 측면 지원에 적극 나섰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2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 고속철을 해외에 처음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대규모 가스전·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을 높이면서 60억달러(8조3000억원) 수주에 물꼬가 트였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이 체결됐으며, 우리 기업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번 순방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K-실크로드 구상'의 발판을 마련하고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한·중앙아시아 5국 정상회의'에 대한 참여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미·일'과 '중·러'에 치우친 외교에서 한 발 나아가 중앙아시아로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도 주목할 성과로 꼽힌다.
尹, 중앙아 3개국 순방 마치고 귀국
윤 대통령 부부는 16일 새벽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11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11~13일 카자흐스탄, 13~15일 우즈베키스탄을 연이어 방문하며 각국 정상과 회담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샵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함께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고도시 사마르칸트 방문 일정을 끝으로 예정된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쳤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핵심 광물을 보유한 중앙아시아 3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주를 위해 ‘1호 영업사원’으로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아시아는 천연가스·원유 등 에너지 자원을 비롯해 핵심광물이 다량 매장된 지역이다. 특히 텅스텐·몰리브덴 등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이차전지의 소재가 되는 핵심 광물이기도 하다. 이번 순방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한 우리나라는 리튬·망간·몰리브덴 등 핵심광물의 탐사와 개발·생산에 이르는 전(全) 주기에 걸친 종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핵심광물 탐사로 경제성이 확인되면 한국 기업이 우선으로 개발·생산에 참여할 기회도 보장받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 광물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핵심광물 보유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기업 스스로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중국이 공세적으로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해 굉장히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속 맺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원 팔 걷은 尹, 투르크 60억달러 수주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그간 기업·정부를 중심으로 물밑 작업이 이뤄졌던 굵직한 계약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세계 5대 가스전 중 하나인 '갈키니시 가스전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키얀리에 건설을 계획 중인 요소·암모니아 비료 공장의 수주에도 대우건설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우리 기업이 수주한 사업 규모는 약 60억달러(8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대로템·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이 발주한 2억달러(2700억원) 규모의 고속차량 공급·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KTX-이음'을 개량해 시속 250㎞급 고속철 총 42량의 열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타슈켄트 현지 브리핑에서 "올해가 KTX 개통 20주년인데,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속철도 차량을 최초로 수출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수출입은행의 차관사업으로 추진되고, 규모는 2억달러로 역대 우즈베키스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의 경제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1987년 설립된 정책기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이어진 브리핑에서 "KTX-이음 열차는 현재 우리나라 중앙선 철도에 투입되고 있는 열차"라며 "한국형 고속철 차량은 20여년 전 프랑스로부터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한 이래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서 차량 기술을 빠르게 국산화한 노력의 결과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열차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수출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속철도 시장에 우리나라가 본격 진출하게 된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내년 韓서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
이번 순방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K-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3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K-실크로드는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이다. 한국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특화된 외교 전략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최초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발전 잠재력을 연계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3국 정상에게 'K-실크로드' 구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간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적극 설파했다. 이에 3국 정상은 모두 K-실크로드 구상에 공감을 표하고,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중앙아시아는 신흥전략 지역으로 작년에 와서야 미국과 중국이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각각 5월과 9월에 실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내년에 그 첫 회의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각종 전쟁과 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중앙아시아 지역이 자원부국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중앙아시아가 한국에 호감을 갖고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도록 우리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접목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기업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우리와 협력할 우군 네트워크를 더 많이 만들어가면서 일자리, 국부를 계속 확대·창출해 나가는 경제안보 외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앙아,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한 기반 구축"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중앙아시아 핵심 3개국 대상 정상외교를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동반자 관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중앙아시아의 발전을 이끄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의 스킨십 외교를 통해 정상 간 깊은 신뢰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또 기존 전통적인 에너지·인프라 분야 협력을 넘어 핵 비확산,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 등 글로벌 현안으로까지 협력의 지평을 확대했다. 전문인력 교육·훈련, 청년 스타트업 지원, 차세대 과학자와 연구진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한·중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미래 협력을 위한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핵심산업인 원자력, 반도체, 이차전지 등 분야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윤 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 원전 연료인 우라늄, 배터리 소재인 리튬과 몰리브덴, 반도체 소재인 텅스텐 등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확대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중앙아시아 핵심 3개국의 확고한 지지도 확인했다.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개발과 연이은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철저한 이행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했다.
대통령실은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조약'의 충실한 이행국으로서 세계적인 비핵화 선도국인 중앙아 3개국과 서로의 확고한 비핵화·비확산 기조를 재확인했다"면서 "북핵 문제뿐 아니라 테러리즘, 초국경 범죄, 사이버 안보 등 초국경 현안 대응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며 한·중앙아시아 안보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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