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유럽 발 빅테크 규제…“애플, EU 디지털시장법 첫 기소 가능성” [팩플]
유럽연합(EU)이 빅테크를 향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시장에서도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빅테크의 야심이 꺾일지 관심이 모인다.
무슨일이야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위원회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스토어에서 경쟁을 저해했다는 혐의로 애플에 대한 기소를 검토 중이다. FT는 “EU 위원회의 예비조사는 수 주 안에 마무리 될 것”이라며 “만약 애플이 기소된다면 EU 규제 당국이 빅테크에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적용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DMA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EU는 DMA를 통해 애플이 앱 개발자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앱 개발자들이 애플의 앱마켓인 앱스토어 밖에서도 앱을 배포해 이용자들을 앱스토어 바깥으로 유도하는 걸 허용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FT 등에 따르면 EU 위원들은 애플이 이 조항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DMA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 1월 다른 앱마켓에서 iOS 앱을 배포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자사 앱스토어의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 수수료도 최대 30%에서 17%로 낮췄지만 여전히 DMA 규정에는 미흡하다고 본 것.
만약 DMA 위반이 결정되면 EU는 애플에 전 세계 일일 평균 매출액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을 매일 부과할 수 있다. 외신 등에 다르면 애플의 현재 전 세계 일 매출은 10억 달러다. 단순 계산하면 최대 매일 5000만 달러(약 695억원)를 벌금으로 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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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의미야
AI 기술 경쟁에서 밀린 EU는 규제를 통해 빅테크로부터 ‘기술 주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DMA에 목줄이 잡혀 있는 건 애플 뿐이 아니다. 지난 3월 EU 위원회는 애플 뿐 아니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등을 ‘게이트 키퍼’(시장 지배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로 정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구글의 경우 DMA에서 금지하는 ‘자사 우대 행위’(자사 서비스와 제품을 더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구글 쇼핑·항공·숙박을 구글 검색 서비스 결과에 우선적으로 보이게 했는지 등이다. 메타 또한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교차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DMA는 플랫폼 이용자의 데이터를 제 3자 또는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예를들어 페이스북에서 얻은 정보를 인스타그램 등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앱 마켓의 길목을 틀어쥐고, 플랫폼에 모인 개인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건 빅테크들의 성장 공식이었다. DMA가 시행되면서 빅테크들이 모바일 시대에 가졌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 실제 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이 내려진다면 모바일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더 알면 좋을 것
빅테크를 향한 EU의 규제가 거세지는 가운데, 메타는 AI 챗봇 ‘메타 AI’를 당분간 유럽에서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14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서 밝혔다. 메타에 따르면 아일랜드 규제당국인 데이터보호위원회는 메타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콘텐트를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용 데이터로 쓰는 것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메타는 지난달 ‘댓글, 상태 업데이트, 게시물 등 공개된 콘텐트를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 사항을 사용자들에게 공지했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데이터 수집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런 조항에 ‘동의 해제’를 하는 게 어려워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메타는 이용자들의 콘텐트로 AI 챗봇의 현지 맞춤화를 하지 않는다면 ‘2류 경험(second-rate experience)‘을 제공할 우려가 있어 유럽에서는 AI 서비스를 일단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AI 개발사 역시 온라인에 공개된 데이터로 학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와 구글은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데이터를,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xAI‘도 X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 옹호 단체인 ’NYOB‘ 의장 맥스 슈렘스는 외신에 ”메타는 모든 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든 사용할 수 있고 전 세계 누구에게나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명백히 유럽연합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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