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자, 누구든지 줄을 서시오”…의정부 시청 광장의 특별한 한끼
1년 만에 이용자 5배 ‘쑥’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전부이십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한끼입니다.”
봉사자들이 함께 이렇게 구호를 외친 뒤 배식 봉사가 시작됐다. 구호사역 선교단체인 국제의의나무선교회(이준 목사)는 주일 오후마다 의정부 시청 앞 광장에서 이웃들에게 밥 한끼를 전한다.국제의의나무선교회는 2009년부터 미국에서 노숙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급식을 하고 있다. ‘의의나무’라는 이름은 ‘하나님께서 그의 영광을 위해 직접 심으신 나무’라는 뜻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자는 비전을 담았다.
선교회는 한국 의의나무 지부를 세우고 1년 넘게 ‘예수님께서 주시는 한끼’ 나눔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단체는 ‘누구든지 예수님 이름으로 나누는 것’이라는 사역 목표에 따라 한끼 나눔 사역 등으로 지역사회 어려운 이들을 돌보고 있다.
55회째 한끼 나눔 사역이 예정된 16일 오후 2시 의정부시청 앞 광장. ‘예수님이 주시는 한끼’ 문구가 내걸린 간판 옆으로 50m가 넘는 대기줄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30도에 육박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은 150인분에 가까운 음식을 나눴다. 선교회가 나눈 ‘한끼’는 밥, 국, 카레와 같은 간편식은 물론 빵과 음료수까지 포함됐다. 때에 따라서는 두 끼도 충분히 가능한 분량이었다.
배식 장소를 시청 앞 광장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독거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택가 근처인 데다 인파가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광장 근처에 사는 강영자(84) 할머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매번 친절히 맞아주고 챙겨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며 “근처 교회라도 다닐까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석 달째 찾아온 이순애(72) 씨도 “무조건 교회 나가라는 부담스러운 말 없이 예수님의 사랑만 전한다는 말이 고맙더라”고 말했다.
한국 의의나무 사역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초창기에는 행인과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30인분을 나눴지만 지금은 10분 만에 160인분이 동이 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용 대상도 노인, 불우이웃 등에서 근처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어린아이까지 다양해졌다.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이면 누구나 선착순으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1년새 인파가 몰리면서 10명 미만이었던 봉사자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봉사하는 이들은 의의나무 의정부 센터에 소속된 사역자들과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선교회가 지난 1년간 얻은 열매는 베푸는 기쁨이었다. 이규헌(44) 한국 의의나무 팀장은 “단체에서 주는 한끼가 자신에게는 호텔에서 대접받는 음식보다 값지고 소중하다는 감사 인사를 들은 적 있다”며 “그분은 실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다가 단체에서 주는 한끼를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43) 한국 의의나무 사역장도 “자식이 속 썩인 얘기 등 노인들과 얘기하고 같이 기도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복음 전할 기회도 얻는다”며 “한 50대 남성 등 몇 명은 직접 센터에서 드리는 예배도 참석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의의나무 선교회는 모든 재정관리를 사역자와 팀원들의 헌금으로 운영하는 자비량 단체다. 사역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근처에 있는 예닮교회(김춘선 목사)가 빵을 후원해주고 매주 찾아오는 이들도 십시일반 후원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 팀장은 “꾸준한 후원과 봉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사역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며 “사역에 동참하겠다는 자원자들이 생기면 센터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원하며 도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선교회는 미국 LA에 본부로 두고 멕시코, 브라질, 한국 등을 비롯해 7개국에서 지역사회를 돕는 나눔 사역과 함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의의나무 선교회는 최근 일본 전역 350개 교회에 월간지를 배포하고 어린이 선교센터를 준비하는 등 일본 선교에도 주력하고 있다.
의정부=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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