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의사 집단휴진, 수십 년 쌓아온 신뢰 무너뜨리는 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예고한 데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사와 환자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몸이 아픈 분들이 눈물로 집단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데도 지금 이시간까지 의료계가 집단휴진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집단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의료계를 설득하는 한편 집단 휴진이 발생하더라도 병의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생명권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이라며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부에 부여한 권한에 따라 생명을 다루는 의사분들에게 다른 직업에 없는 혜택을 보장하는 한편 일부 직업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의사뿐 아니라 철도, 수도, 전기, 항공, 운수사업 같은 다른 필수공익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만약 의사에게 모든 자유가 허용돼야 한다면 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조정, 해외 의사면허 국내 활동 허용도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야 하는 것으로 갈등을 겪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업의 모든 영역에서의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우리 헌법과 법률의 체계가 명확히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미 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명확하게 약속했다"며 "정부는 교수들만큼 전공의들의 미래를 염려하고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그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시간을 거슬러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라는 말은 몇 번을 고심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 총리는 "헌법과 법률은 의사와 정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언제나 지켜야지, 지키다 말다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며 "그건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대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대화에 열려 있고 항상 준비되어 있다. 어떤 형식이든 의료계가 원하면 만나고 논의하겠다"며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하는 대신 의료개혁의 틀 안에 들어와 의료개혁의 브레인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국민과 환자분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갖고 오랫동안 기억하실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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