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앞마당 양귀비 2700주 적발…고령층 '밀경' 줄지 않는 이유
집 앞마당에서 마약용 양귀비 2000여주를 몰래 키운 80대 노인이 순찰 중이던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집 앞마당에서 양귀비 2700주를 재배한 A(82·여)씨를 마약류관리법위반(양귀비 재배) 혐의로 지난달 2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현행법상 양귀비는 천연마약으로 분류된다.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한 아편을 농축하면 모르핀·헤로인·코데인도 제조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신방학파출소 소속 백정현(29) 경장은 낮에 주택가를 순찰하던 중 수상한 식물이 빽빽하게 심긴 텃밭을 발견했다. 백 경장은 이웃의 눈을 피해 마당 텃밭에 대량으로 심고 가꾼 듯한 모습에 마약용 양귀비라고 의심했다. A씨는 “씨앗이 텃밭에 날아와 자생한 것이고 무슨 식물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성분 검사 결과 마약용 양귀비로 드러났다. 경찰은 양귀비가 주변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출동 당일 전량 폐기했다.
농·어촌에서 최근 도심까지 번진 ‘양귀비 밀경’ 피의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신방학파출소에서 적발한 마약용 양귀비 재배 사건은 4건으로, 모두 60대 이상 노인들이 붙잡혔다. 지난달 29일엔 도봉산 자락 단독주택에서 양귀비 100주를 기르던 노인이, 이달 6일과 9일엔 각각 45주, 32주의 양귀비를 기르던 노인들이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이 ‘꽃이 예뻐서 키우던 것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옥상과 텃밭 등에서 몰래 재배하는 경우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대부분은 치료 목적으로 양귀비를 키운다. 양귀비의 마약 성분은 진통·진정·지사 등 효과가 있어 불면증·신경통·배탈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요법에서 만병통치약으로 꼽히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이 약 대신 복용하려고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마약용 양귀비를 1주만 재배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50주 미만을 재배한 초범은 관행적으로 훈방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량 재배에 관대하다는 점을 악용해 반복적으로 양귀비를 키우는 사례가 보고돼 최근에는 고의성이 있다고 의심되면 엄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매년 양귀비 개화기인 4~7월에 맞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올해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주도로 지난달부터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양귀비·대마 밀경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양귀·대마 재배로 검거된 인원은 2902명으로, 전년(1656명) 대비 75.2% 늘었다. 특히 양귀비 압수량은 지난 2020년 10만 9108주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16만 8184주에 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귀비·대마 등을 몰래 재배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인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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