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장 만난 시진핑 "미국, 중국이 대만 공격하도록 유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연합(EU) 지도자에게 미국이 중국을 부추겨 대만을 침공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4월 베이징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당시 미국이 중국을 속여 대만을 침공하게 하려 시도하지만 그런 미끼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T는 “이런 발언은 미·중 관계의 최대 난제인 대만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폴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미국과 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이 이룩한 많은 성취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일부 학자들과 인민해방군 은퇴 장성들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제공하는 식의 조치로 중국을 자극해 군사 대결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1월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서 “중국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솃은 “시 주석이 정말로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려 한다고 믿는다면, 시 주석이 정보의 진공 상태에 처했거나 하급자들로부터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을 것이라 우려가 사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브란솃은 “의사 결정 환경과 그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부하들에 의해서건 자신의 독재적 행동으로 인해 왜곡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FT의 보도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은 지난 5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식 전후 대만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을 “위험한 독립주의자”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대만의 자기방어에 도움을 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시에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일방적인 현상변경에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익명의 중국 학자는 “미국이 대만의 독립 세력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은 만일 이들이 ‘레드라인’을 넘어 독립을 선언하면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 펀드의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의 발언이 대만 문제에서 유럽이 미국 편에 서지 않도록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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