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고백 "엄청난 인종차별, 상상 못할 힘든 상황"…맞다, 벤탄쿠르 발언이 그 증거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 축구 인생이 인종차별과 학대의 역사다. 이제는 멈추는가 싶었지만 가까운 팀 동료가 대놓고 인종차별적 언행을 저질러 수많은 손흥민 팬들과 토트넘 팬들, 그리고 전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다칠 때마다 그렇게 손흥민이 아꼈던 토트넘 미드필더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 15년 전 손흥민이 축구화 하나 갖고 독일로 떠났을 때와 뭐가 달라졌나 싶을 정도다.
문제의 발언은 벤탄쿠르가 조국 우루과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우루과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자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토트넘 간판 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이다.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셔츠를 받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자 벤탄쿠르가 내뱉은 본능적인 한 마디가 지금의 충격파를 만들고 있다. 벤탄쿠르가 "쏘니 거? 쏘니 사촌 거는 어때?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친 것이다. 남미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저질 농담이었고, 당연히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 입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고 한 발언이었을 테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면 엄청난 실수라는 것이 드러난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소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널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나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 거야. 사랑해 쏘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성의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글을 게시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이용한 데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Sonny) 대신 일본 전자회사 이름인 소니(Soy)란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16일 오전이 되면서 그의 사과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벤탄쿠르는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질 않고 있다. 팬들은 제대로 된, 영구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과문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토트넘이 소속된 국가인 영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더 선'은 16일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한국 사람들에 대한 나쁜 발언으로 사과했다"며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빠르게 비판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SNS에 이슈에 대해 사과했다"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가 방송 도중 한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그의 사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뒤 손흥민에게 사과했다"며 "지난 11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한 한 팬이 3년간 축구 경기 관람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는 말로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알리고는 벤탄쿠르 발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전했다.
이제 공은 토트넘과 벤탄쿠르에게 넘어갔다. 다음달 말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 바이에른 뮌헨과 두 차례 한국 투어를 치르는 토트넘 입장에선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벤탄쿠르 역시 이런 24시간 짜리 사과로 떼우고자 했다면 향후 축구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손흥민이 지난 2019년 독일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하면서 유럽에 진출한 뒤 15년이 지나도록 유럽과 남미인들의 인정차별 행태가 사라지지 않아 씁쓸하기만 하다. 손흥민이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토트넘에서 비유럽인 최초로 주장까지 하고 있음에도 그를 대하는 유럽 축구의 시선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과거 한국 선수로서, 아시아 선수로서 유럽에서 뛰며 받은 수많은 피해를 떠올리며 울분을 삼킨 적이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2-0 승리애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넣고 환호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귀국 자리에서 독일의 승리 기쁨을 남다르게 표현한 적이 있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독일에 갔잖아요. 상상하지도 못하는 진짜 힘든 생활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인종차별도 많이 당하고 진짜 힘든 상황을 겪었다"며 "언젠가는 이거를 꼭 갚아줘야겠다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번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보면 손흥민의 6년 전 인터뷰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셈이다. 17살에 독일로 간 소년 손흥민이 어마어마한 차별과 희롱에 시달렸을지 이제 조금 가늠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방송화면, 벤탄쿠르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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