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데프콘 어때요' 신윤승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죠"
[이영광 기자]
▲ 개그맨 신윤승 씨 |
ⓒ 신윤승 제공 |
지난해 부활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데프콘 어때요?'가 화제다. 개그맨 신윤승씨와 조수연씨가 소개팅에 나온 콘셉트로 진행되는 '데프콘 어때요?'는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데프콘 어때요?', '심곡 파출소', '레이디 액션' 등의 코너에 출연하는 신윤승씨는 KBS 27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2012년 데뷔했다. 그러나 2020년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그는 '희극인'이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며 활로를 모색했고, 구독자 60만 명을 모았다. 최근 신윤승씨는 처음으로 팬 콘서트도 열었단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신윤승씨를 만났다. 다음은 신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개그콘서트>의 '데프콘 어때요'가 많은 사랑을 얻고 있습니다.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요즘에 제가 매주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거기에 흔히 말하는 소녀 팬들이 매주 찾아와 주셔서 그런 거 볼 때 조금 실감하고요. 그다음에 방송 섭외가 그래도 옛날보다 훨씬 많이 들어오니 그런 부분에서 조금 실감 나는 것 같아요."
- 최근 12년 만에 처음으로 팬 콘서트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팬 콘서트는 생각보다 많이 기다려주셔서 그런지 130석 하긴 했는데 1분 만에 매진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안 울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시작하고 노래 부르는데 울어버려서 팬들이 많이 놀립니다. 너무 감사한 경험이었고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500석 이상 가보려고 합니다."
-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유튜브 <희극인>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개그콘서트>가 부활한다고 했을 때는 복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요.
지금으로 따지면 <개콘>이 훨씬 좋죠. 예전에는 그전에는 유튜브가 더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개콘>에 출연하는 게 훨씬 더 저한테도 좋고 조금 더 행복하죠. 처음에는 폐지될 때와 달라진 게 없으면 복귀할 이유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작진의 준비 과정을 보면서, 김상미 CP님의 진심을 느끼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문의 편지 형식의 카톡을 돌리셨어요. 그 안에 들어있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예전과는 다를 거라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그다음에 준비 과정을 윤형빈 소극장에서 함께 하면서 정말 달라질 수 있겠다는 걸 느낀 거죠. 그리고 새로운 얼굴이 발굴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렇다면 나도 새 얼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
ⓒ KBS |
- '데프콘 어때요' 코너는 앞서 유튜브 채널에서 했던 아이디어를 가져온 셈이에요. <개콘>의 간판 코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요?
"아니요. 그냥 '재밌겠구나' 혹은 '내 호흡의 개그가 먹히는구나'라는 정도는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몰랐죠. 반응 보고 그래도 다행이라고 했어요. 한두 개 정도 칭찬받는 코너가 있었으면 했는데 괜찮은 반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아이디어를 매주 짜야 하는데 어렵지는 않나요?
"유튜브 할 때도 매주 두세 개씩 짜야 했고, 직업이니까 단련이 돼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매번 잘 나오니까 코너가 계속 지속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왔던 건데요.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대에 올라갔던 건 전통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윤형빈 소극장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검증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가 조금 부족했다 싶으면 재밌어질 때까지 다듬으니까 그런 것이 도움 많이 됩니다."
- 조수연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수연이와는 기수 차이도 한 개수밖에 안 나고 유튜브 때도 많이 호흡을 맞춰봐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워낙 잘 맞고 잘합니다. (조수연씨의 애드리브에 맞추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사실은 녹화 방송이니까 감독님 믿고 저도 마음껏 하는 거죠. 가끔 당황스러울 때도 있는데 재밌게 편집해 주시리라 믿고 마음껏 하고 있습니다."
- 2012년 KBS 27기 공채 코미디언이 되셨습니다. 2012년이면 <개콘>이 인기 있을 때니까 기대도 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신윤승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사실 그동안 경제적으로 궁핍하진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풍족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극장에서 정기적인 급여가 나왔죠. 계속해서 개그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우제처럼 '언젠가 나도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돈을 버는 게 어떻겠니' 하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돈은 언제든 좇을 수 있고 그다음이 있을 텐데 조금만 더 믿어주면 더 큰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 했던 거죠. 그다음에 저도 절 믿었고요."
-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선수들 사이나 아니면 동료들에게 받는 인정이라는 부분도 있었고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를 보면서 느껴지는 자신감도 있었고 유튜브에서 코미디를 했을 때 또 물론 중간중간에 의심스럽고 흔들릴 때가 없던 건 아닌데 그때마다 해내는 동료들을 보면서 계속된 그런 희망을 갖게 되는 거죠. 아마 동료들이 해내지 못했으면 저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 1년 만에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잖아요. 합격해서 바로 유명해지는 것과 13년 만에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제가 1년 만에 붙긴 했는데 붙고 바로 유명해지지 않았죠, 그래서 비교를 제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일단 어느 바닥에서나 옛날부터 나오는 말이 너무 빨리 성공하는 건 독약이라는 거고 저도 그런 부분은 동의합니다. 내가 농익지 않고 실력 등의 부분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뜨는 것보다는 그래도 많은 걸 경험하고 뜨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은 합니다."
- 도전을 많이 하셨잖아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도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섭고 피하고 싶고 언제나 왜 했나 싶고 내가 안 한다고 그랬으면 싫죠. 그래서 도전을 좋아한다기보다 목표가 있다면 나아가는 것 같아요. 도전을 좋아한다는 느낌은 아니고 칼을 뽑았고 뭐라도 베야 하니 계속 걸어가는 느낌이죠."
- 왜 개그를 사랑하신 건가요?
"이유가 약간의 가지지 못한 배고픔도 원동력이었던 것 같고 그다음에 직업이 됐고 또 로 생활하다 보니 웃음을 주고 사람들에게 재밌는 콘텐츠를 줄 수 있는 직업이죠. 그리고 그런 걸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등 개그맨이 돼서 지금까지 달려오다 보니까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 개그의 매력은 뭐라고 보세요?
"폭발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삶에서 웃음을 빼놓을 수는 없는 거죠. 근데 그걸 유발하는 직업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기서 행복감을 얻는 모습을 보면 그게 매력이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훌륭한 개그는 파급력이 그 어느 것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약간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 예술의 한 장르라고 봅니다."
- 앞으로 계획 생각하는 게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딱히 계획이랄 건 없고 그냥 꾸준하자는 거고요. <개콘>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다시 한번 자리매김할 수 있게 큰 힘이 되자는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도 한번 다양한 장르의 방송과 코미디를 오래 하자가 목표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TV를 많이 안 보는 시대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방 사수 많이 부탁드리고요. 개그맨들이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게 많은 관심 주시면 채찍질도 달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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