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공유 목소리가 AI? 김태용 감독도 똑같아서 놀랐다
나원정 2024. 6. 16. 13:59
영화‧드라마 파고든 생성형 AI
국내 영화제도 AI 주목 잇따라
국내 영화제도 AI 주목 잇따라
시골 노부부가 자신들을 찾아온 저승사자들을 호박죽으로 꾀어 살해한다. 저승사자를 파묻은 호박농장은 점차 악령 들린 호박들의 지옥이 된다.
올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인공지능) 영화제에서 전 세계 500여편 출품작 중 대상·관객상의 2관왕을 차지한 권한슬 감독의 단편 ‘원 모어 펌킨’이다.
다채로운 저승사자‧호박 귀신들의 모습부터 주인공 노부부까지 모든 장면과 사운드를 권 감독이 배우도, 실사 촬영‧컴퓨터 그래픽(CG)도 없이, 생성형 AI로 단 5일 만에 완성했다. AI로 생성한 한국말 음성 연기는 로봇처럼 다소 어색하지만, 공포 판타지 장면은 실사 촬영으론 구현이 어려울 만큼 과감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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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공유 목소리, 어느 장면일까
주류 영화‧드라마에도 생성형 AI 도입은 현실이 됐다. 영화 ‘원더랜드’(5일 개봉)는 보고 싶은 가족‧연인을 AI로 복원해 영상통화로 만난다는 설정에 맞춰, 제작 과정에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AI 캐릭터 성준의 일부 대사를 배우 공유가 직접 연기하지 않고 생성형 AI 기술로 공유 목소리를 복제해 빚어냈다.
김태용 감독은 “4년 전 촬영 때만 해도 꿈도 못꿨던 AI 음성 복제가 지난달부터 가능해졌다. 테스트해보니 공유 목소리가 똑같이 재현돼서 배우 동의를 구해 숨은 재미로 넣어봤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장면에서 AI 생성 음성이 사용됐는지는 관객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밝히지 않았다.
김태용 감독은 “4년 전 촬영 때만 해도 꿈도 못꿨던 AI 음성 복제가 지난달부터 가능해졌다. 테스트해보니 공유 목소리가 똑같이 재현돼서 배우 동의를 구해 숨은 재미로 넣어봤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장면에서 AI 생성 음성이 사용됐는지는 관객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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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배우 이얼, 생성형 AI로 젊어졌다
영화 촬영 후 고인이 된 배우 이얼의 일부 장면을 생성형 AI로 만들기도 했다. 이얼은 영화에서 AI 영상통화 업체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의 돌아가신 아버지 역을 맡은 뒤, 2022년 식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김 감독은 “극 중 이얼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은 생성형 AI로 만들었다”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배우가 젊게 분장하거나 대역을 써야 했는데 지금은 AI 작업 만으로도 가능해졌다. 더 진짜같이 만드는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감독은 “극 중 이얼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은 생성형 AI로 만들었다”면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배우가 젊게 분장하거나 대역을 써야 했는데 지금은 AI 작업 만으로도 가능해졌다. 더 진짜같이 만드는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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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AI로 제작 시간·비용 낮췄다
생성형 AI는 제작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2회에서 희귀병을 앓는 주인공 홍해인(김지원)이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걷는 환각 장면도 생성형 AI로 빚어냈다. 한겨울 스위스 알프스 깊은 산속에서 찍은 듯한 장면이지만, 실제 촬영은 경기도 파주의 CJ ENM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에서 했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단 한 장면을 위해 해외에서 풍경을 촬영해오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테스트했다. 이틀 만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단 한 장면을 위해 해외에서 풍경을 촬영해오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테스트했다. 이틀 만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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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텐트 업계에서 생성형 AI 활용은 도입 단계지만, 세계적으로는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난해 미국 배우 조합이 4개월 간 파업 끝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합의한 주요 쟁점에도 포함됐다. 제작자가 생성형 AI에 배우의 식별 가능한 특징‧목소리 등을 학습시킬 경우 정당한 동의 절차 및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칸 필름마켓의 최대 화두도 AI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가 차세대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법’을 주제로 주관한 현지 콘퍼런스에서 현재 수준의 생성형 AI 기술 만으로도 시나리오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시놉시스 구조 분석, 적합한 로케이션 및 배우 추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만 주면, AI가 배우·로케이션 추천
국내 콘텐트 업계에서 생성형 AI 활용은 도입 단계지만, 세계적으로는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난해 미국 배우 조합이 4개월 간 파업 끝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합의한 주요 쟁점에도 포함됐다. 제작자가 생성형 AI에 배우의 식별 가능한 특징‧목소리 등을 학습시킬 경우 정당한 동의 절차 및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칸 필름마켓의 최대 화두도 AI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가 차세대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법’을 주제로 주관한 현지 콘퍼런스에서 현재 수준의 생성형 AI 기술 만으로도 시나리오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시놉시스 구조 분석, 적합한 로케이션 및 배우 추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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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 AI 영화 경쟁부문 신설
국내 영화제들도 생성형 AI를 주목하고 있다. 15~16일 경상북도가 국내 첫 AI·메타버스 영화제를 개최했고, 부산 영화의 전당도 오는 11월 AI 국제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내달 4일 개막하는 제28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영화 국제경쟁부문을 신설하고 전 세계 AI 영상 제작 전문가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도 연다.
AI 영화 제작 워크숍은 참가자 30명 모집에 600명 이상 신청자가 몰릴 만큼 관심도 뜨겁다. 부천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AI 영화 ‘원 모어 펌킨’ 제작비가 “0원에 가까웠음”을 짚으며 “할리우드 영상산업이 세계를 지배한 요인의 본질은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크기였지만, 생성형 AI 시대의 영화는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영화 제작 워크숍은 참가자 30명 모집에 600명 이상 신청자가 몰릴 만큼 관심도 뜨겁다. 부천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AI 영화 ‘원 모어 펌킨’ 제작비가 “0원에 가까웠음”을 짚으며 “할리우드 영상산업이 세계를 지배한 요인의 본질은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크기였지만, 생성형 AI 시대의 영화는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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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도입의 한계와 우려도 존재한다. 올해 부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AI 영화 15편은 모두 상영시간 10분 이내의 초단편이다. “현존 AI 기술로는 이미지‧캐릭터의 일관성을 길게 가져가기 어렵다.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편 위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아직 AI 단편 실험 단계…초상권·목소리 침해 우려도
생성형 AI 도입의 한계와 우려도 존재한다. 올해 부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AI 영화 15편은 모두 상영시간 10분 이내의 초단편이다. “현존 AI 기술로는 이미지‧캐릭터의 일관성을 길게 가져가기 어렵다.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편 위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물이 기존 창작물 및 개인의 초상권‧목소리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은 지난달 챗GPT 운영사 오픈AI가 영화 ‘그녀’에서 AI 캐릭터를 연기한 자신의 목소리를 허락 없이 도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천영화제 측은 “영화제 상영작은 일괄적으로 분쟁 소지를 검증하는 행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발생할 사태에 대한 법률 자문 등은 준비하고 있지만, AI 기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여서 (저작권·초상권 침해 이슈가 불거질까 봐)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천영화제 측은 “영화제 상영작은 일괄적으로 분쟁 소지를 검증하는 행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발생할 사태에 대한 법률 자문 등은 준비하고 있지만, AI 기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여서 (저작권·초상권 침해 이슈가 불거질까 봐)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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