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터뷰하면 안 되죠"…'2500안타' 손아섭의 묵직한 진심, 따뜻한 사과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6.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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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손아섭이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개인 통산 2500안타를 완성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창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창원, 최원영 기자) 대기록을 세운 뒤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NC 다이노스 손아섭은 1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6-4 승리에 기여했다.

2-4로 끌려가던 7회말 홈런으로 개인 통산 2500안타를 완성했다. 삼성 구원투수 이승현(우완)의 2구째, 143km/h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솔로 홈런이자 시즌 7호포였다.

2500안타는 박용택(은퇴)에 이어 리그 역대 2번째로 나온 대기록이다. 손아섭은 박용택이 보유 중인 역대 최다 2504안타까지 4개, 신기록까지 5개를 남겨뒀다. 눈여겨볼 점은 손아섭과 박용택 모두 2500번째 안타를 삼성 이승현에게 뽑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손아섭은 7777타수 만에 2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자, 손아섭은 구단에 정중히 거절 의사를 전했다. 자신보다 더 잘한, 더 주목받아야 할 선수들이 인터뷰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맷 데이비슨과 박시원 등을 떠올렸다.

이날 데이비슨은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을 빚었다. 7회말 솔로 홈런으로 4-4 동점을 이뤘고, 9회말 끝내기 투런포로 6-4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9호, 20호 아치였다. 데이비슨이 만든 연타석 홈런은 올해 리그 20번째이자 개인 3번째다. 끝내기 홈런은 올 시즌 리그 8번째이자 개인 최초였다.

박시원은 프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6회말 대타로 출격해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프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친 사례는 리그 99번째이자 NC 소속 6번째다.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 후 결국 인터뷰에 나선 손아섭은 "지금은 개인 기록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이비슨이 인터뷰해야 한다"며 "데이비슨 덕분에 내 안타 기록도 빛날 수 있었다. 멋진 홈런을 쳐줘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하게 돼 미안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또한 오늘(15일) 같은 날은 (박)시원이 같은 선수가 더 주목받아야 한다. 이럴 때 언론에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내가 그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강조했다.

2500안타 소감을 묻자 "솔직히 지금은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곧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다고 해도 당장 은퇴할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의미 부여는 하고 싶지 않다. 유니폼을 벗을 때 KBO리그에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은퇴할 수 있다면 그땐 정말 큰 의미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손아섭은 "한결같이 초심을 잃지 않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이 하루하루 모여 25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니 유니폼을 내려놓는 날까지 더욱더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C 다이노스 손아섭이 15일 개인 통산 2500안타를 완성한 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창원, 최원영 기자

다음은 손아섭과의 일문일답.

-경기 종료 후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후배들이 같이 기뻐해줘 고맙다.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보다 커졌다.

-동료들이 물 뿌릴 때 '이건 기록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 했는데.
▲다음 주쯤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지나가는 과정이다. 신기록을 세운다고 해도 당장 은퇴할 게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 부여는 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내가 유니폼을 벗을 때 KBO리그에 이름 석 자를 남겨놓고 은퇴할 수 있다면 그땐 큰 의미가 될 듯하다. 지금은, 아직은 감흥이 없다.

-2500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해 남다를 것 같다.
▲한결같이 초심 잃지 않고 꾸준하게 준비하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이 하루하루 모여 25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더 험난한 길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지나가는 과정이라 여길 것이다. 유니폼 벗는 날까지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홈런으로 승리에 기여해 기분 좋을 듯하다.
▲추격하는 홈런이었기 때문에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면 조금 의미 없는 홈런으로 2500안타를 완성하게 돼 다소 아쉬울 뻔 했다. 중요한 상황에 추격하는 홈런을 치게 돼 다행이다. 사실 신기했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닌데 홈런으로 기록을 세워 베이스를 돌면서도 신기했다.

-데이비슨의 끝내기 홈런으로 팀이 승리해 2500안타 기록이 더 빛나게 됐다.
▲그래서 인터뷰는 데이비슨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이비슨이 인터뷰해야 했다. 내가 인터뷰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멋있는 홈런 쳐주고 내 안타 기록도 빛나게 해준 데이비슨에게 정말 고맙다.

-강인권 감독이 타격 밸런스 관련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좋아지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절대 매 경기 좋은 컨디션일 수 없다. 잘하는 때가 있으면 못하는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경험이 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결국 실패를 겪어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즌 초 4~5월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이제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믿는다.

NC 다이노스 손아섭이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이번 주 홈런을 3개나 쳤다. 결과도 나오고 있는데.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많이 노력 중이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에 안타를 못 쳐도 다음 타석을 준비하려 한다.

-요즘 외야 수비도 자주 나가고 있다. 체력은 어떤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경기 체력은 잘 만들어진 것 같다. 팀 상황이 그리 좋진 않기 때문에 힘들어도 나가야 한다. 내가 수비를 함으로써 팀의 선발 라인업 구상에 도움이 된다면 나오는 게 맞다. 이 부분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다. 선수는 라인업이 나오는 대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시즌 초반과 현재를 비교해 타격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특별히 없다. 요즘은 머리를 많이 비우려 노력하고 있다. 타석에서 생각을 안 하려 한다. 조금 단순해졌다. 4~5월을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생각들로 인해 타석에서 투수가 아닌 나 자신과 싸웠다. 그러니 타격 타이밍이 늦어지고 유인구를 계속 따라다니기 바빴다. 지금은 타석에서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공이 보이면 그냥 방망이를 돌리려 하고 있다.

-볼넷이 줄어드는 것 같다. 공격적인 타격 때문일까.
▲볼넷은 내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밸런스가 많이 흔들리다 보니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구분이 안 갔다. 이제는 조금씩 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는 볼넷 개수도 분명 늘어날 것이다.

-최다 안타 신기록 세우는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나. 세리머니도 고민해 봤는지 궁금하다.
▲사실 세리머니는 생각해본 적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경기에만 나가면 무조건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꼭 쳐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지금도 변함없다. 경기에 나가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하다 보면 기록은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록까지 하나 남으면 신경 쓰이지 않을까 싶다.

-팬들을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떤 게 멋있을지 후배들에게 세리머니를 한번 물어보겠다. 원래 이런 것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세리머니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제일 좋을 듯하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어떤 세리머니를 해야 사진이 멋있게 찍힐지 물어보겠다.

-박시원이 첫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했다. 후배를 칭찬해 준다면.
▲오늘 같은 날은 시원이 같은 선수가 더 주목받아야 한다. 이럴 때 언론에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내가 그 자리를 뺏은 듯해 미안하다. 시원이와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얼마나 좋은 마인드와 기술을 갖춘 선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분명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재능을 갖고 있다. 이번 홈런을 정말 축하하고 오늘을 계기로 꼭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나도 옆에서 많이 돕겠다.

사진=창원, 최원영 기자 / NC 다이노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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