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네"…농구단 빼앗긴 전주시, 체육관 착공식만 두 번 왜

김준희 2024. 6. 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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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여의동 일원에서 열린 전주실내체육관 착공식에서 우범기(가운데) 전주시장과 국주영은 전북자치도의장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뉴스1


2년 전 기공식 열고 또 착공식


"전주실내체육관을 지으면 시민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프로농구 KCC 홈경기는 물론 다양한 국제 대회를 관람할 수 있을 것입니다."(2022년 3월 29일 기공식, 김승수 전 전주시장)

"새로운 실내체육관은 시민에게 더 나은 체육 활동 환경을 제공하고 전주가 스포츠와 문화 행사 중심지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2024년 6월 10일 착공식, 우범기 전주시장)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는 지난 10일 호남고속도로로 이어지는 '호남제일문' 인근에서 전주실내체육관 착공식을 열었다. 이미 전임 김승수 시장 재임 때인 2022년 3월 29일 기공식을 연 데 이어 2년여 만에 같은 장소에서 우범기 현 시장이 두 번째 '첫 삽'을 떴다. 기공식과 착공식의 사전적 의미는 '공사를 시작할 때 하는 의식'으로 같다.

2022년 3월 29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열린 실내체육관 건립 기공식에서 당시 김승수(가운데) 전주시장과 전창진 전주 KCC 이지스(현 부산 KCC 이지스) 감독 등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전주시


KCC, 지난해 8월 부산으로 이전


2001년부터 기존 전주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던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은 지난해 8월 30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다"며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애초 전주시는 2023년 12월까지 실내체육관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CC가 떠난 뒤 웬 '삽질'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652억원을 들여 전주월드컵경기장(여의동) 인근에 지하 1층∼지상 3층에 연면적 1만4225㎡, 수용 인원 6000명 규모 실내체육관을 지을 예정이다. 2026년 준공이 목표다. 농구뿐 아니라 배드민턴·배구·탁구 등 실내 체육 종목과 문화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 시설로 만들 예정이다.

기존 실내체육관은 1973년 전북대(금암동) 인근에 당시 전국 최대 규모로 준공됐다. 그러나 50년 넘게 이용하다 보니 너무 낡고 비좁아 안전 문제(C등급) 등이 불거져 신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체육관 신축 부지인 여의동 일대엔 전주시가 1421억원을 들여 건립 중인 야구장·육상경기장 등 대규모 복합스포츠타운 공사도 한창이다.

지난달 5일 경기도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 소닉붐과 부산 KCC 이지스의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KCC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KCC 우승…시청 게시판 "시장 사퇴하라"


그러나 유독 체육관 신축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다. 착공식 당일 전주시청 자유게시판엔 '실내체육관 이제 착공? 우범기 시장과 시의원들은 도대체 뭐합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권모씨는 이 글에서 "KCC가 그토록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제 (약) 1년 지나고 착공, 참 화가 나네요"라고 적었다.

KCC가 지난해 8월 '부산 이전'을 선언하자 전주시 안팎에선 "우범기 시장이 프로야구단 유치를 위한 야구장 건립에 공들인 나머지 전임 시장이 추진한 실내체육관 신축은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 KCC'가 지난달 5일 2023-2024 KBL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수원 KT 소닉붐을 4승 1패로 누르고 우승하자 일부 전주시민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최모씨는 지난달 19일 시청 게시판에 "부산 KCC 우승을 축하한다"며 "연고지 이전 사태를 촉발한 우범기 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 10일 전주실내체육관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前 시장 땐 임기 말이라 기공식 서둘러"


전주시 관계자는 "실내체육관 신축은 설계 과정부터 KCC와 계속 조율해 왔는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통보해 황당했다"며 "신축하는 체육관은 실내 종목은 물론 문화 행사도 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전주시민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 'KCC 농구단이 빠져 체육관을 놀리거나 이용도가 떨어진다'는 말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착공식을 두 번 한 데 대해선 "전임 시장 때는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았고 설계도 진행 중이었지만, 임기 말이라는 정무적 판단 아래 기공식을 서둘러 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엔 시공사 선정 등 체육관 건립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실질적인 착공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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