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기후위기에 심해 생물로 도발적 질문을 던지다
7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물고기는 미적으로 어떤 것을 선호할지를 상상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인류는 점차 더 높은 지대로 수직이동하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물고기를 위한 조형물을 제작했습니다. 이 조각은 현재는 인간을 위한 조각이지만, 미래에는 물고기를 위해 쓰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마주한 예술가가 미래를 대비한 작품을 준비한다. 다양한 생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듯 자연스럽게 나있는 구멍, 돌과 돌 사이의 공간은 물고기들이 자신의 몸을 숨기기 적합한 곳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자본의 불균형, 이주와 저작권, 소유 등의 세상의 불합리함, 그리고 기후 변화가 초래한 종말과 이에 따른 다양한 미래에 대한 담론을 다양한 예술적 시도로 선보여 온 덴마크의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PLEX, 야콥 펭거-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라스무스 닐슨)의 개인전 'Fish & Chips'가 서울 국제갤러리 K1과 K3에서 7월 28일까지 열린다.
2018년 남태평양 화산섬 인근 해양을 과학자들과 탐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당시 낮에는 수많은 물고기와, 밤에는 해수면 가까이 떠오른 해양생물체를 관찰하며 이번 작업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찰은 ‘Verical Migration’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파리와 유사한 사이포노포어가 수면 가까이로 상승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 작품은 관람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관람자가 움직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 조금씩 다가오는 인터렉티브 아트 영상이다. 대형 LED 화면 속 외계 생물체와 같이 관람자를 관찰하는 신비로운 존재는 이내 전시작품과 관람자의 관점을 바꿔 작품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제공한다.
물고기를 위한 조형물이라 명명한 ‘As Close As We Get’은 현무암과 대리석 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가는 "산호초가 수십억 년의 시간이 지나 대리석이 되고, 언젠가는 인간의 시간을 뛰어넘는 순환적 과정을 거쳐 다시 산호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수퍼플렉스는 이번 전시에서 기후변화 시대를 드러내는 해양생물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금융권력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어둠 속 빛나는 분홍빛 LED 사인 'Save Your Skin' 'Make a Killing' 'Hold Your Tongue' 세 점은 관객의 시선을 시종 사로잡는다.
불안함과 다급함의 정서를 자아내는 강렬한 어조의 문구들은 다가오는 경제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인 한편, 시장 구조 이면의 인간중심적 욕망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단색조 회화 시리즈 'Chips'는 화폐 송금부터 데이터의 교환까지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마이크로칩을 추상적 모티브로 활용했다. 언뜻 보기에는 흰색 그림이지만 ‘Chips’는 일곱 겹의 흰색 레이어를 통해 신용카드 마이크로칩의 패턴을 미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경제시스템을 은유한다.
함께 전시된 '투자은행 화분'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시티그룹 건물을 모델로 화분을 제작하고, 여기에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인 협죽도를 심은 작품이다.
수퍼플렉스는 "거래와 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반영하는 작품을 통해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 구조물을 일상적 규모로 재구성해,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유기적이고도 공생적인 관계를 사회적 생태계의 가능성을 조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앙적 상황으로 인해 예측되는 '종말'과 함께 이에 따른 다양한 '미래'에 얽힌 담론들을 다각도에서 해석하는 예술적 시도들을 선사한다.
전시는 '종말'에서 '미래'로 그 시선을 온전히 옮김으로써, 위기 상황에 새롭게 등장하는 미래의 다양한 면모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이 발현되는 두 가지 주요 축인 경제학적, 기후학적 시스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그리는 비평적 지형도의 윤곽을 짚어본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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