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도 나왔다" 배우들은 왜 '핑계고'를 좋아할까
[김상화 기자]
▲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 안테나 |
유튜브 채널 '뜬뜬'의 간판 콘텐츠이자 유재석이 진행하는 <핑계고>는 현재 가장 대중 선호도 높은 웹 예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예능에서 친숙한 인물부터, 예능에 잘 출연하지 않는 배우까지 망라하는 출연진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이 콘텐츠는 1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에도 지루함 없이 구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최근에는 아이브, 에스파 등 인기 정상의 K팝 그룹을 비롯해 영화 <설계자> 강동원, <스타워크 에콜라이트> 이정재 등을 섭외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5일에는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선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배우를 드디어 <핑계고>로 불러 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강호다.
지난 5월 15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통해 데뷔 35년 만에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한 그가 함께 작품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변요한, 진기주와 더불어 <핑계고>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신작 홍보를 위한 출연이겠지만 다양한 예능 콘텐츠 중 유독 <핑계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 안테나 |
늘 그러하듯, <핑계고>의 콘텐츠는 주로 토요일 오전 9시에 공개된다. '첫 만남은 핑계고' 편으로 꾸며진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고, SNS 숏폼 콘텐츠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송강호를 비롯한 <삼식이 삼촌> 출연진 역시 구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제는 <핑계고> 구독자들에게 익숙한 서울 압구정동 인근 어느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재석 역시 프로그램으로는 처음 만남을 갖게 되는 송강호 덕분에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3인의 배우들과 함께 자리에 착석한 이후로는 마치 오랜 기간 조우해온 사이 마냥 격의 없는 대화로 1시간 가량의 방송 분량을 풍성하게 채워줬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사항 중 하나인 "송강호는 왜 예능에서 볼 수 없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이날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송강호는 "35년 연기 생활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인사도 드리고 해야 하는데, 말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이 저한테는 없다. 되도록 안 나오는 것이 시청자 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 안테나 |
사실 MC로선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능에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송강호와 한두 차례 초대손님으로 호흡을 맞춰본 게 전부인 변요한, 진기주까지. 자칫 재미를 뽑아내기는 어려울 수도 있는 출연진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년간의 연륜을 지닌 유재석은 확실히 남달랐다. 촬영일 기준으로 이미 8회 차까지 <삼식이 삼촌>을 시청하고 온 덕분에 드라마 속 이야기와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막힘 없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낯가림 있는 초대손님들도 부담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드라마 첫 진출로 인해 '신인 배우'라는 애칭을 얻게 된 송강호는 너스레를 담은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냈고 덕분에 이번 방영분은 어색함보단 화기애애한 내용으로 차별화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평소 생활 습관부터 박찬욱 감독과의 에피소드 등 시시콜콜한 소재도 물 흐르듯 이어지는 진행과 맞물려 주말 아침의 특별한 재미로 승화되었다.
▲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 안테나 |
최근의 <핑계고>는 초대 손님들의 일정 및 성격에 따라 평일 공개되는 30분 짜리 '미니 핑계고', 주말 선보이는 기존의 '핑계고'로 나뉘어 제작되고 있다. 여기에 매월 1명(팀)씩 기존 출연한 바 있는 게스트가 주인공이 되는 '이달의 계원'이라는 별도의 콘텐츠도 마련된다. 그 중에서도 유재석이 진행하는 전자의 방영분은 늘 높은 조회수와 화제몰이를 이뤄낸다.
송강호, 이정재, 강동원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 부터 에스파, 아이브, 세븐틴 등 케이팝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조혜련, 조세호, 유병재, 남창희 등 예능인 등 다양한 초대손님의 등장은 자칫 난잡할 수도 있는 내용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 유튜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 안테나 |
몇몇 토크 예능 진행자들이 사전 준비 없이 촬영하다보니 종종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MC 유재석은 이미 이들의 출연작,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녹화에 임하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TV 예능에선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던 송강호, 에스파와 같은 출연진도 이곳에선 다채로운 이야기를 쏟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찌보면 TV 토크 예능이 변변히 힘을 쓰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핑계고>의 선전은 유튜브 공간에서 만큼은 입담 중심의 방송이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진행자의 능력과 더불어 기존 예능 대비 무게감을 덜어낸 구성에 힘입어 <핑계고>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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