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텀블러 든다고 세상 안 바뀌는 거 알아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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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기자]
6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바깥은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밖이 더워질수록 사무실, 백화점, 은행 등 실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간은 늘어나고 거리에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에 아이스 음료를 담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 때이른 불볕더위 전국적으로 기온이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건널목에서 한 시민이 쇼핑백으로 햇빛을 피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모든 지역 자외선지수가 '매우 높음' 수준이라고 예보했다. 자외선 '매우 높음'은 햇빛을 수십 분 맞으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
ⓒ 연합뉴스 |
우리는 이제 친환경 시대를 지나 '필환경' 시대에 살고 있다.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만 삶의 터전을 지켜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미비한 게 현실이다.
완벽한 한 명보다 어설프게라도 실천하는 열 명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국가 간 협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이면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주변에서 종종 하는 말이 있는데, '그런다고 안 변해'란 말이다. 그래도 무겁지만 들고 다니고, 종이컵을 주는 식당에선 밥그릇에 물을 따라 마시곤 한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는 내게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한 사람이 일회용품 하나 덜 쓴다고 세상이 확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의 편리를 누리는 사이, 누군가는 기후재난으로 생계를 잃고 생존의 위협까지 겪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 행동 하나하나에 걸려있는 연결고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파괴되어 왔을까. 또 내가 버리는 물건들은 앞으로 어디로 가 어떤 다른 것에 쌓이게 될까.
연결된 고리의 끝에는, 쓰레기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젠 그들 고통이 가까운 이웃집의 고통처럼 느껴진다. 이웃의 범위가 넓어졌더니 더는 과거처럼 모르는 척 살아가기가 어려웠다.
나 또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한 명의 완벽한 환경운동가보다 어설프게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열 명의 사람이 낫다'는 믿음 아래, 내가 지구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소개해 보겠다.
텀블러 사용과 클렌징바 사용, 배달 음식 줄이기 등 아래 내용은 처음엔 실천하기 어려웠지만 습관이 되니 오히려 내게도 유익한 점들이 많았다. 지구를 위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4년 된 나의 애착 텀블러, 행주 재사용... 나 하나라도 바뀌면
1. 반려 텀블러 사용하기
외출할 때는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길어야 1시간 사용되고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이 수북이 쌓이는 데에 나마저 하나를 더하기는 싫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500원 등 자주 할인도 받고, 냉기도 오래가서 좋다.
▲ 4년째 사용 중인 반려 텀블러 |
ⓒ 이종찬 |
2. 샴푸바, 린스바, 클렌징바 사용하기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을 줄여보고 싶었다. 욕실을 차지한 플라스틱 통들을 없앴다. 생각보다 가능한 일들이 많았다.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욕실용품을 바꿔보았다. 생긴 건 비누인데, 샴푸, 린스, 클렌징폼의 기능을 하는 바(bar)들이 시중에 이미 많이 있었다.
▲ 클렝징 바,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없다. |
ⓒ 이종찬 |
3. 1년에 2800개나... 가급적 천 기저귀 사용하기
내가 직접 아기를 키워보기 전까진, 기저귀를 이렇게나 많이 사용하는지 몰랐다. 하루에 7~8개씩 사용한다 치면 한 달 240개, 1년 2800개... 두 돌에 기저귀를 뗀다고 해도 너무 많은 일화용 기저귀가 버려진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 집 한 살 아기는, 밤잠 잘 때나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관련 기사: 한 살 아들에 매일 '안 돼' 외치면서도 늘상 웃는 이유 https://omn.kr/28s1f ).
▲ 천 기저귀를 찬 아기의 엉덩이, 아기도 일반 기저귀보다 천 기저귀를 더 좋아한다. |
ⓒ 이종찬 |
4. 박스로 먼지 제거, 재사용 할 수 있는 건 재사용하기
택배 박스를 뜯으면 생기는 테이프들로 방바닥의 붙은 먼지를 떼면 편리하다. 각종 비닐도 재사용할 곳이 많다. 특히나 한국에선 뭐 하나만 사도 비닐봉투가 여러 장 생기는데, 이런 걸 바로 버리지 않고 강아지와 산책할 때 배변 봉투 등으로 재사용하면 좋다.
특히 다 먹은 아기 간식이 들어있던 봉투는 밀폐력이 좋아 음식물 쓰레기를 담는 봉투로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한번 사용하고 버려질 것들은 재사용하여 물건들의 수명을 늘려주면 새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5. 다회용기 내기, 배달 음식 줄이기
음식 포장해 올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쓰레기가 안 나오고 좋다.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좀 더 많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을 시켜 먹고 싶어도 다회용기로 배달 주는 곳이 적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요즘은 중국집도 사무실 같은 곳이 아니면 다 플라스틱에 담아서 배달한다.
▲ 여행지 시장에서 떡볶이를 용기에 포장했다. |
ⓒ 이종찬 |
6. 대나무 칫솔 사용하기
▲ 집에서 사용 중인 대나무 칫솔, 칫솔꽂이 역시 머스타드가 들었던 유리병을 세척하여 재사용 중. |
ⓒ 이종찬 |
7. 물티슈 사용 대신 행주, 천연수세미 사용하기
일반 물티슈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는 알게 된 뒤 놀랐다.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이제는 집에선 물티슈 대신 행주를 사용하고, 물티슈가 꼭 필요한 상황엔 종이로 만들어진 물티슈를 쓴다.
▲ 설거지바와 천연 수세미 |
ⓒ 이종찬 |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나는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긴 시간을 지구에서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중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남겨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일 텐데, 그동안은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빌려와 지나치게 현재의 편리만을 추구해 온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작게라도 행동하면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훗날 역사가 이 시대를 조명하게 될 때 무책임한 어른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기후에 책임을 갖고 행동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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