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골차 완승 거둔 스페인, 골 결정력 싸움이 승패 갈랐다
[노성빈 기자]
스페인이 골 결정력에서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이며 죽음의 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스페인이 16일 새벽(한국시각)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네서 열린 UEFA 유로 2024 B조 조별리그 1차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3대 0 승리를 거뒀다.
경기흐름 바꾼 파비안 루이스의 '1골 1어시스트'
전반 25분까지 두 팀은 치열한 중원 싸움 속에 서로 한 번씩 경기 주도권을 잡는 탐색전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를 준 건 파비안 루이스였다. 전반 29분 중원에서 파비안 루이스의 스루패스에서 만들어진 스페인의 득점 기회에서 알바로 모라타가 크로아티아 수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뒤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면서 스페인이 리드를 잡았다.
3분 뒤에는 파비안 루이스가 직접 득점을 터뜨렸다. 선제골 후 순간적으로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져 실점위기를 넘긴 스페인은 전반 32분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페드리의 패스를 받은 파비안 루이스가 드리블로 상대 선수를 제친 뒤 왼발로 낮게 깔아찬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2대 0으로 점수를 벌렸다.
이때부터 경기 주도권은 스페인이 잡았다. 중원에서 높은 에너지 레벨을 앞세운 강한 압박으로 크로아티아를 압도했다. 크로아티아는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이 기동력 싸움에서 밀리며 좀처럼 경기흐름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여기에 전반 36분 브로조비치의 슈팅이 스페인 우나이 시몬 골키퍼 선방에 막힌 데다 마예르의 슈팅은 옆그물을 때리는등 결정력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이 또 한번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라민 야날의 크로스를 받은 다니 카르바할이 득점에 성공하며 전반을 3대 0으로 마쳤다.
3골의 리드를 허용한 크로아티아는 후반 11분 부디미르를 빼고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하면서 공격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후반 9분 스타니시치의 슈팅을 스페인 쿠쿠렐라가 골문 앞에서 몸을 날려 막은 데 이어 세컨볼 상황에서 나온 헤더슛 마저 우나이 시몬 골키퍼가 막아내는 등 수비 집중력 역시 돋보였다.
다급해진 크로아티아는 후반 20분 모드리치의 코바치치 대신 수치치와 파샬리치를 투입한데 이어 후반 27분에는 크라마리치 대신 페트코비치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으나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면서 공수간의 간격이 벌어지는등 문제점을 노출하는 모습이었다.
지독히 득점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35분 스페인 로드리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페트코비치가 키커로 나섰으나 페트코비치의 슈팅이 우나이 시몬 골키퍼 선방에 막힌 데 이어 세컨볼 찬스에서 페리시치의 패스를 받은 페트코비치의 슈팅은 득점으로 연결됐으나 그 이전에 파울이 선언되면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만회골의 기회를 놓친 크로아티아는 동력을 상실했고 스페인은 남은 시간동안 수비에 중점을 두는 등 무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두 팀의 희비가른 골 결정력 싸움
스페인과 크로아티아는 지난 유로 2012부터 유로 2020까지 3회 연속 맞대결을 펼쳤다. 그때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승패를 나눠가졌는데 특히 지난 유로 2020 16강전에선 8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치는등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러 유로 2024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마주한 두 팀은 이번에도 치열한 승부를 펼칠것으로 보였으나 결과는 예상외의 3대 0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런 결과의 원인에는 골 결정력 싸움에서 결정됐다. 슈팅 수는 15대 11로 크로아티아의 우세였으나 유효슈팅이나 볼 점유율등 대부분의 지표에선 서로 박빙이었다. 여기에 예상 골(xG) 수치도 1.91(스페인)대 2.48(크로아티아)로 나오는등 기록상으로는 무승부가 적절한 기록이었다.
그렇지만 스페인은 이를 엄청난 골 결정력으로 뒤집었다. 이날 스페인이 기록한 유효슈팅 5개 중 4개가 전반전에 나왔는데 이 중 3개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는데 후반전 경기양상을 생각해보면 스페인의 골 결정력이 상당히 돋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크로아티아는 후반 막바지 페트코비치의 페널티킥 실축을 비롯해 세컨볼 과정에서 나온 득점마저 파울 선언이 되어 무위에 그치는등 운도 따르지 않었지만 전체적으로 결정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는 전반전 실점 상황에서 크게 부각됐다. 전반 29분 알바로 모라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바로 이어진 득점 찬스에서 코바치치의 슈팅이 파워가 떨어지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3분 뒤 추가골을 허용한 이후에 맞이한 득점찬스에서도 브로조비치의 슈팅이 우나이 시몬 골키퍼 선방에 막힌 데 이어 마예르의 슈팅은 옆그물을 맞으면서 만회골의 기회를 놓쳤다. 결국 이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크로아티아는 동력을 잃었고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지난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준우승등의 성과를 냈지만 마리오 만주키치의 은퇴 후 확실한 해결사가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썩어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크로아티아가 토너먼트에서 지속적인 연장승부를 펼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가 유로 2024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부각된 크로아티아는 이날 패배로 향후 유로 일정에 있어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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