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위기서 1위까지, 윤정환 감독-양민혁의 '강원 동화'
[이준목 기자]
▲ 강원FC 윤정환 감독 |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가 마침내 리그 1위까지 올라섰다. 강원은 15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7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3대 1로 완승했다.
전반전 유인수의 선제골로 앞서간 강원은 후반 이승우에 동점골을 내줬으나, 야고의 결승골과 양민혁의 쐐기골이 이어지며 수원FC를 무너뜨렸다. 강원은 올시즌 춘천에서의 마지막 홈경기를 기념하여 구단주인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 등 강원 지역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한 자리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강원에게 이날 승리는 무려 7년만의 5연승이자, 시즌 첫 리그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기에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강원은 최윤겸 감독 시절이던 2017시즌 10-14라운드(2017년 5월 7일-6월 18일)까지 5연승을 달성한 바 있으며 당시 리그 최종순위는 6위였다. 강원의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 시절 작성한 6연승이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9승 4무 4패, 승점 31점을 기록했다. 울산과 승점은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1골 앞서 선두에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른 울산이 16일 서울전 결과에 따라 금방 선두가 다시 바뀔 수도 있지만, 시즌의 반환점을 바라보는 중반에 '언더독'으로 꼽히던 강원의 깜짝 선두 등극은 누구도 예상치못한 K리그1 최대의 이변이다.
강원은 2008년 창단 이래 강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2013년에는 2부로 강등당하여 세 시즌을 보내기도 했고, 2017년부터 다시 1부로 승격한 이후에도 중하위권을 오르내렸다. 강원의 1부 리그에서의 최고 성적은 6위만 3번 기록했다. 2021년에 이어 바로 지난 2023년에도 두 번이나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위기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정확히 1년전이었던 2013년 6월 15일,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강원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던 강원은 윤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정규리그를 10위로 마감하고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1부리그에 잔류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윤정환 체제로 치르는 첫 시즌인 2024년, 강원은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이상헌, 이기혁, 김강국, 김이석, 양민혁 등 올시즌 강원의 주축 선수들 다수가 올시즌 새롭게 가세한 이적생 혹은 신입생들이다. 이들은 올시즌 강원 돌풍의 핵심 역할을 해주며 정체되어있던 팀에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윤정환 감독은 아시아 여러 클럽에서 풍부한 지도자 경험을 가졌지만, 특이하게도 성공한 경력의 대부분은 J리그 사간 도스와 세레소 오사카 등 일본 시절이었다. 특히 울산 현대 시절의 실패로 인하여 국내 축구팬들에게는'수비축구만 하는 감독' 'K리그에서는 맞지않은 리더십'같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게 박혀버렸다.
하지만 올시즌 강원에서 윤정환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성과로서 뒤집었다.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30골에 그치며 리그 최소득점의 빈공에 허덕였던 강원은, 올시즌에는 불과 17경기 만에 지난 시즌 전체 팀 득점을 뛰어넘어 32골로 울산(31골)을 제치고 당당히 리그 최다득점 1위팀에 등극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강원은 야고와 이상헌이 나란히 8골로 득점 공동 3위에 올라있으며, 양민혁도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반면 실점도 27골로 강등권팀들보다 더 많은 리그 1위다. 공격축구를 추구하는 만큼 줄건 주고 넣을 건 넣는 화끈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시즌 초반의 주역이었던 이상헌과 이기혁은 윤정환 감독이 울산 감독 시절 유스 선수로 눈여겨봤다가 강원으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이상헌은 지난해 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도 주전경쟁에 몰려 주로 4부리그 경기에만 출전해야했지만 강원 입단 이후 개막 6라운드만 7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이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이기혁 역시 수원과 제주에서 자리를 잡지못했지만 강원에서는 센터백으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하며 뛰어난 빌드업 능력으로 팀에 공헌했다.
또한 이상헌과 이기혁이 주춤한 현재는, 야고와 양민혁이 팀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 야고는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이승우-무고사(이상 9골)와 함께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다.
'신인왕 0순위' 양민혁은 만 18세로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이지만 당당히 팀의 주전자리를 꿰차며 강원과 K리그의 각종 최연소 기록들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어느덧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름값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않고 과감한 변화와 경쟁을 통하여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한 윤정환 감독의 안목이 적중한 결과다.
강원은 지난 5월에 치러진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윤정환 감독이 이달의 감독상, 양민혁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일정에서도 강원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5월의 돌풍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은 수원FC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간절함이 경기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5연승 돌풍의 원동력을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최근 에이스로 부상한 양민혁에 대해서도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기회를 놓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득점을 해내는 모습이 기특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구단에 비하여 선수층이나 투자규모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시도민구단이 우승경쟁에 뛰어든다는 것만으로도 K리그에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올수 있다. 강원은 오는 22일 김천 상무와의 K리그1 18라운드에서 강원은 팀 창단 이후 'K리그1 최다연승' 기록에 도전한다. 2016년 레스터시티(잉글랜드), 2024년의 레버쿠젠(독일)의 깜짝 우승처럼 강원 역시 아무도 에상하지못한 그들만의 '강원 동화'를 계속 써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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