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제석초 화재 원인, 결국 미궁 속으로…학생 1100명 중 절반은 아직도 ‘더부살이’
몇 달씩 초등생 1100여명을 타 학교에서 ‘더부살이’하게 만든 경남 통영시 제석초등학교 화재 사고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모두 ‘원인 미상’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소방 “화재 원인 못 밝혀”
이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는 합동 감식을 진행했지만, 화재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 전기·기계적 요인이나 실화·방화 등 인위적 요인으로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발화 지점인 자재창고(약 50㎡)가 완전히 불에 타 현장이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전기나 부주의 특정할 단서 없어”
소방 관계자는 “단락흔이 너무 심하게 소손(燒損·불에 타 부서짐)돼 1차 단락흔이라고 특정할 만한 게 없었다”고 했다. 이에 소방은 지난 4월 29일 제석초 화재사고를 '원인 미상'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부주의 등 실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했다.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자재창고를 다녀간 사람도 조사했지만,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7일 ‘입건 전 조사 종결(내사 종결)’ 처리했다.
학생 1138명 수개월 ‘더부살이’
1학년을 제외한 2~6학년 986명은 아침마다 통학버스 25대를 타고 가깝게는 2.2㎞ 멀게는 7㎞ 이상 떨어진 학교로 ‘원정 등교’를 했다. 1학년 152명은 제석초 바로 옆에 있는 죽림초로 갔다. 타 학교에서는 환영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제석초 학생들을 맞으며 위로했다.
다행히 일부 학생은 화재 발생 약 3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석초 운동장에 각 2층·3층 규모의 ‘모듈러 교실’이 설치되면서다.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 형태의 이동식 교사(校舍)다. 지난달 2일과 20일부터 2·3·4학년 학생 593명이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모듈러 교실 설치…학생 절반 돌아왔지만
하지만 전교생의 절반에 달하는 1·5·6학년 학생 545명은 아직도 타 학교로 등교 중이다. 5·6학년은 오는 2학기 중 학교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1학년은 학교가 완전히 복구되는 내년에야 정상 등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화재 피해가 작은 곳을 복구해 5·6학년 교실로 쓰려고 한다”며 “학생들이 빨리 돌아와 정상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복구비만 143억원
이번 화재로 막대한 복구비용도 발생했다. 통영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석초 화재 복구비는 143억9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교육당국은 불이 난 본관·급식소를 복구하는 데 각 115억4000여만원, 23억8000여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긴급 비품 구입비로는 1억원이 들어갔다. 타 학교에서도 원활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책걸상, 사물함, 신발장, 컴퓨터, 프린터 등을 구입한 비용이었다. 정밀안전진단, 임시 가림막, 청소 및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도 3억7000만원이 쓰였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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