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중단"? 제주도민에겐 '협박'인 이유

임병도 2024. 6.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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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순위와 리뷰 조작 과징금 받은 쿠팡, 왜 '로켓배송' 중단 운운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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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공정위 제재 이후 나온 쿠팡의 입장문
ⓒ 쿠팡뉴스룸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 2000여 명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썼다며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쿠팡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주도민들은 "정말 로켓배송이 중단되느냐"라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독 제주도민들이 쿠팡 로켓배송 중단에 민감한 이유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열에 일곱 여덟은 쿠팡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섬입니다. 그래서 물류비가 비쌉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기본 배송비 3000원에 도서산간 추가 배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추가 배송비는 천차만별인데 기본 3000원에서 많게는 1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기자가 지난주에 로켓배송이 아닌 가방을 구입했을 때 기본 배송비 3000원에 추가 배송비 6000원을 포함해 총 9000원의 배송비를 지불했습니다. 5만 원짜리 가방을 6만 원을 주고 산 것입니다. 

제주에선 구하기 힘들지만 온라인에선 파는 5000원짜리 부품이 배송비만 6000원이 넘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도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운영하는 배송 공유 플랫폼 '모당' 가구나 제주 배송불가 상품의 배송을 대행한다.
ⓒ 모당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도는 가구나 대형 가전의 경우 배송 불가 지역으로 나옵니다.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도 추가 배송비 5~10만 원은 기본으로 내야 합니다. 이마저도 열 개 중 하나만 배송이 가능합니다. 제주도민들이 대형 가구나 가전을 구입하기 어렵다며 오랜 시간 하소연하자,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제주 배송불가 상품을 모아서 배송하는 공유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추가 배송비를 지불했지만 배송 3~4일은 기본입니다. 일주일이 넘어야 제주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날씨가 안 좋을 경우에는 열흘이 넘기도 합니다. 배송비 무료에 주문 후 이틀이면 도착하는 '로켓배송'은 섬에 사는 것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물류 서비스입니다. 
     
2020년 제주시에 첫 쿠팡 로켓배송센터가 문을 연 뒤 그해 10월에는 서귀포시에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제주 전지역에 로켓배송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후 제주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선 복도와 현관문마다 로켓배송 제품이 배달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기자 주변에 아는 사람은 모두 쿠팡을 사용합니다. 특히 자영업자는 거의 100% 쿠팡 회원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로켓배송'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만 사용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로켓배송 제품을 주로 구입하고 어쩌다 다른 인터넷 쇼핑몰을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사실 로켓배송 제품이 한정적이고 일부 비싼 상품 위주로 배치되는 사실을 제주도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로켓배송이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다음날이 아닌 이틀 뒤에 배송이 됩니다. 그래도 쿠팡 로켓배송이 제주에선 유일한 무료 배송 서비스이기에 사용합니다. 

제주도민들, 쿠팡 로켓배송 중단에 "협박이냐" 
 
 제주에서 배송하는 쿠팡 차량과 쿠팡 와우 회원 증가 도표
ⓒ 쿠팡뉴스룸
 
쿠팡이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제주도민들에겐 마치 '협박'처럼 들립니다. 왜냐하면 제주도민에겐 쿠팡 로켓배송 외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민들이 공짜로 로켓배송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달 4990원씩 '와우 멤버십' 회비를 내야 합니다. 이마저도 오는 8월부터 7890원으로 오릅니다. 그래도 제주도민들은 무조건 쿠팡만 이용해야 합니다. 

제주도민들은 검색 순위와 리뷰 조작으로 과징금을 받은 쿠팡이 왜 '로켓배송' 중단을 운운하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31조 원에 영업이익만 6174억 원입니다. 과징금 1400억 원을 충분히 지불할 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회사가 무너질 것처럼 로켓배송을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중단하면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고 다른 쇼핑몰을 이용하면 됩니다. 아마 다른 업체에서는 이때다 싶어서 쿠팡 회원들을  흡수하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과 혜택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쿠팡이 유일하기에 전전긍긍하면서 전처럼 비싼 추가 배송비를 내야 한다는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쿠팡의 입장문이 진짜 '협박'처럼 들립니다. 이러려고 제주에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제주 도민과의 상생을 외쳤는지 묻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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