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인데요, 틈만 나면 이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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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사극을 보며 품었던 활쏘기에 대한 로망을 30대가 되어 이뤘습니다.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활쏘기를 통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활쏘기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을 배우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김경준 기자]
"활쏘기 한 번 배워보세요."
요즘 나는 주변에서 '국궁 전도사'로 통한다. 만나는 지인들에게 틈만 나면 "국궁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떻느냐"라고 강력히 권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주로 역사 관련 콘텐츠들만 올라오던 개인 블로그에 언제부턴가 국궁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시작한 것도, 얼굴 노출을 꺼려 생전 엄두도 내지 않던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모두 국궁 때문이다. 우리 전통 활쏘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한 번 배워볼 것을 권하기 위함이다.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운동
특히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선후배들은 나의 주된 '영업 대상'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활쏘기를 통해 얻은 것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모로 심신이 지치기 쉽다. 오래 앉아서 공부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정신적으로도 이만 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활쏘기를 그 수단으로 삼고 있다.
활쏘기를 하면 생각보다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된다. 기본적으로 활을 당기고 쏘는 과정에서 전신운동이 된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먼 과녁을 계속 바라보면 시력 향상 효과도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책과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안이 올 수밖에 없는 대학원생들에겐 크나큰 장점이라 하겠다.
정신 건강에도 좋다. 정확하게 화살을 꽂기 위해 과녁에 집중하다보면 집중력이 저절로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요, 과녁에 화살을 날려서 맞았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은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준다. 그리고 활터들은 대부분 자연과 벗하고 있기 때문에 답답한 연구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상쾌한 공기를 마시다보면 절로 '힐링'이 된다.
▲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활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상쾌해진다. (2024.4.21 / 서울 공항정) |
ⓒ 김경준 |
공교롭게도 나의 영업에 가장 먼저 넘어온 '1호 고객'은 선후배도, 동기도 아닌 석사과정 당시 나의 논문심사위원으로 들어오셨던 교수님이었다. 평소 내가 SNS에 올리는 습사 영상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셨던 모양이다.
논문 인준을 받기 위해 연구실로 교수님을 찾아뵌 자리에서,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던 중 갑자기 화제가 국궁으로 전환됐다. 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신나서 논문 이야기는 제쳐두고 한참 동안 활 이야기만 쏟아냈던 것 같다.
결국 교수님께 활쏘기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고, 나의 영업에 넘어간 교수님은 정식으로 입문하여 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교수님과는 종종 만나 함께 습사(활쏘기 연습)를 하는데 "덕분에 뒤늦게 재밌는 취미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가 몸이 아파도 활을 잡은 이유
최근에 나의 영업에 넘어간 '2호 고객'이 탄생했다. 우연히 SNS를 통해 한복 모델로 활동하는 분을 알게 됐는데, 한복 외에도 국궁·택견·국악 등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다짜고짜 "언제 시간 되면 공항정에 와서 국궁 체험 한 번 해보시라"고 권했던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 국궁 체험을 해보는 한복모델 홍가희씨 (2024.3.29 / 서울 공항정) |
ⓒ 김경준 |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3개월에 걸친 교육을 마치고 '집궁례'를 치르게 되었다며 와서 축하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집궁례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신입 궁사가 비로소 활을 쏘는 사대에 설 자격이 부여됐음을 만천하에 고하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이다.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나의 영업 덕분에 활을 배우게 됐다고 하니 축하해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집궁례에서는 1순(5발)의 화살을 쏘는데, 그는 다섯 발 중 한 발을 과녁에 맞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 역시 덩달아 기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는 평소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미주신경성실신, 저혈압, 빈맥 등에 시달릴 정도로 상당히 몸이 좋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도 국궁을 배우기 시작한 후로는 퇴근 후 매일 같이 활터에 가서 수련하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고.
▲ 활을 당기고 있는 한복모델 홍가희씨 (2024.6.9 / 서울 살곶이정) |
ⓒ 홍가희 |
문득 궁금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활쏘기에 푹 빠지게 만들었을까.
"그냥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어릴 때부터 사극을 보면 활을 쏘는 여성 캐릭터들에 그렇게 눈길이 가더라. 천추태후, 선덕여왕, 미실처럼 되고 싶다 생각했고, 그래서 어릴 때 장난감 활이랑 화살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또한 사범님이 활쏘기의 역사와 전통, 기술 등을 깊이 있게 알려주셔서 그 모든 것들이 재밌게 느껴졌다. 역사 속의 인물들이 수련했던 무예를 나도 해볼 수 있다니. 너무 즐거워서 몸이 아파도 무리해서 나갔다."
더욱 뿌듯한 건 그 역시 나처럼 국궁 전도사가 되어 활발하게 우리 활쏘기를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주변에 이렇게 말한다. "활쏘기는 빠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운동"이라고. 이제 '3호 고객'은 누가 될까. 활 배우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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