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필요한데 지원자 적어"…호주 외국인 입대 전격 허용 [세계 한잔]

박소영 2024. 6. 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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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글로벌 정세의 불안으로 병력 증강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젊은 세대가 입대를 꺼리며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호주·캐나다 등 일부 서방국가에선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의 입대를 전격 허용하기로 했다.


호주, 외국인 군 입대 허용

호주군이 지난해 8월 25일 필리핀 잠발레스주 해군 기지에서 필리핀군과의 합동 훈련 중 상륙함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BBC방송·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맷 키오 호주 국방인사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음달부터 외국인도 호주 방위군(ADF)에 입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단 이웃나라 뉴질랜드 국민에게 입대를 허용하며, 내년 1월부터는 영국·미국·캐나다 및 태평양 도서국 시민도 ADF에 입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소 1년 이상 호주에 거주한 영주권자로 제한하며, 지난 2년 동안 외국 군대에 복무한 적 없어야 한다. 입대하고 90일 동안 복무하면 호주 시민권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최근 수년 동안 국방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태평양 일대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겨냥한 민간 기업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군 입대자가 줄고 있다. 키오 장관은 "호주의 낮은 실업률로 인해 신병 모집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호주는 지난 2022년 성소수자와 여성 입대를 적극 장려했으나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호주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ADF 정규군은 약 5만3000명으로, 4400여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호주는 병력 규모를 오는 2040년까지 1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리처드 말레스 호주 국방장관은 외국인 군 입대 허용이 "향후 10년과 이후의 국가 안보 과제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입대를 허용하는 나라는 호주가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캐나다(2022년)·영국(2018년)·아일랜드(2015년)·스페인(2002년) 등이 도입했다. 미국(1952년)·프랑스(1831년)은 훨씬 오래됐다. 대부분 미국처럼 영주권자가 자격 심사를 통해 입대를 하면 일정 기간 복무를 통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식이다.

미국은 약 130만명이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데, 그중 약 3만5000명이 영주권자인 외국인 병사다. 프랑스는 약 200여년 전 식민지 개척을 위해 외인부대(레지옹 에트랑제)를 창설했는데 영주권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약 9000명이 복무하고 있고 주로 해외에 파병된다.

프랑스 외인부대 병사들이 파리 여름올림픽 기간 동안 보안 임무를 맡기 위해 파견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프랑스 남부 캉주르 군사 기지에서 훈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에는 이 같은 제도가 없지만, 기록적인 저출산율에 따른 인구 감소로 외국인 모병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이 늘면서 다른 민족, 피부색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어 점진적으로 외국인 입대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2010년 병역법 개정으로 다문화 가정 출신도 한국 국적 남성이면 병역 의무를 지고 있다. 홍숙지 한국국방연구원(KIDA) 전문위원이 발표한 '군 다문화 정책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 수는 2018년에 1000명을 넘었으며, 오는 2030년에는 약 1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안보 위협·언어 장벽 등 우려

외국인 군 입대는 병력 증강에 도움이 되지만, 위험 요소도 지적된다. 충성심 부족과 정보 유출 위험 등 안보 위협과 언어 장벽, 문화적 충돌로 인한 단합력 문제 등이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이에 호주도 우호국의 외국인에게만 입대를 허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튀르키예 갈리폴리 전투에서 함께 싸워 유대감이 있는 뉴질랜드, 상호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를 맺고 있는 영국·미국·캐나다 등으로 제한한다. 캐나다 군 당국은 입대 지원자 배경 조사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대 심사에 최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캐나다 글로벌뉴스가 전했다.

스페인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문화적 유대를 위해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출신을 채용하고 있다. 약 140여개국 출신이 복무하는 프랑스 외인부대의 경우 입대하자마자 프랑스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김 교수는 "배경을 잘 조사해 입대시키고, 국가관과 안보관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해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외국인 병사가 결정적인 순간엔 안보를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자국민으로 이뤄진 병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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