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공짜로 쓰세요" 한 배 탄 애플-오픈AI 노림수는[AI 한입뉴스]
독보적 신성 노리는 오픈AI
디바이스 지형도 따라
협업 평가 달라질 듯
이번 주 빅 뉴스는 단연 애플의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였죠. 주목을 받은 건 애플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닌 전략이었습니다. AI 격변기에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애플의 위치 선정을 극명하게 보여준 건 오픈AI와의 협업이었습니다. IT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오픈AI와 AI 지각생 애플이 손잡았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죠. 이들은 어떤 그림을 가지고 한 배에 올라탔을까요.
일단 애플부터 볼까요. 애플은 AI 모델로 승부를 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주요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이 뛰어든 범용인공지능(AGI)을 목표로 하지도 않고요. 사실 애플은 투자 대비 기대 효과가 분명해야 움직이는 기업이긴 하죠.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이를 보여줍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AI 성능을 좌우하는 매개변수가 30억개에 불과합니다. 매개변수가 클수록 성능이 좋은데 오픈AI의 GPT-4가 1조개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매개변수를 공개한 구모델 GPT-3만 보더라도 매개변수가 1750억개죠.
작은 모델을 쓴다는 건 애플 디바이스를 더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픈소스 모델만 봐도 매개변수 수백억개 규모의 모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크기를 키우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애플은 "인텔리전스에 내장된 모델은 텍스트 작성과 다듬기, 대화를 위한 재밌는 이미지 생성 등 사용자 경험에 맞게 미세조정됐다"고 설명했죠.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먼저 AI폰을 내놓은 상황에서 이용자를 묶어두려면 애플도 AI가 필요하긴 할 겁니다.
AI가 도구라면 애플은 자신의 위치를 AI 서비스 관문으로 설정했습니다.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매개는 PC, 모바일 등 디바이스예요. AI 서비스가 더 많은 이용자와 만나려면 디바이스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죠. 그중에서도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전 세계에 22억대 기기를 심은 곳이에요. 다시 말해 AI 시대에도 22억대 기기로 전 세계 이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관문, '슈퍼 갑' 위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겁니다. 애플이 향후 다른 AI 모델도 도입할 것이라며 오픈AI가 여러 파트너 중 하나라고 밝힌 이유죠.
애플은 결국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신형 아이폰에 AI를 탑재하면 더 많은 교체 수요를 일으키고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애플리케이션 수수료처럼 AI 모델에도 일종의 관문 통과세를 거둘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때문인지 애플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 1위에 오르기도 했죠.
그렇다면 오픈AI가 노리는 건 무엇일까요. 오픈AI가 애플에 공짜로 챗GPT를 제공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는데요. 금전적인 이득 너머의 가치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앞에 언급했듯 애플 고객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겠죠.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겁니다. 특히 삼성폰과 협업하는 경쟁사 구글과 대등한 위치로 힘을 키울 수 있죠. 당장은 애플 이용자가 챗GPT를 무료로 쓴다고 해도 향후 유료 계정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비싼 클라우드 비용이 들어가는 챗GPT를 무료로 퍼주더라도 향후 새 매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 애플이라는 거인 등에 올라타 최대 후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남네요. 지금은 PC나 모바일이 AI 관문인 게 맞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PC에서 모바일로 중심이 넘어오는 데 20년가량이 걸렸고 모바일 주도기 역시 20년 가까이가 돼 갑니다. 자동차, 가전, 로봇 등 다양한 폼팩터(제품 외형)가 AI를 입고 주도권을 노리고 있죠. 휴대용 AI 비서 '래빗'처럼 완전히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미래에 AI가 디바이스 생태계까지 뒤흔든다면 애플과 오픈AI의 협업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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