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벤탄쿠르, 사과도 대충대충…'24시간 뒤 삭제' SNS에 "미안"→'쏘니' 표기도 틀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사과문을 게시했다. 다만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기능을 이용한 것이라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였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15일(한국시간) 영국 트리뷰나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Por la camiseta'에 출연해 2024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네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물어보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었다.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쳤다. 아시아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에 팬들은 깜짝 놀랐다. 트리뷰나에 따르면 팬들은 "큰일이다", "아버지 조용히 하세요. 심지어 자기 딸이 더 잘 아는 것 같네", "쏘니는 가장 훌륭한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다. 벤탄쿠르가 농담이었다고 주장해도 정말 엿 같은 일이다", '내일 한국인들이 깨어나면 벤탄쿠르 SNS는 쓰레기통이 되겠네"라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고 질책했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 스토리 기능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다만 스토리 기능은 24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루가 지나면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사과를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에 과연 진정성이 담겨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국 현지에서 손흥민을 부르는 '쏘니(Sonny)' 대신 일본 가전업체 '소니(Sony)'라고 표기하는 등 대충대충 사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동안 수차례나 인종차별을 당한 피해자라는 점에서 이를 알고 있는 벤탄쿠르의 행동이 더 충격적이다.
당장 지난 시즌에도 손흥민은 두 번이나 인종 차별을 당했다. 2022년 8월 첼시와의 경기에서 코너킥을 차러 가는 손흥민을 향해 한 팬이 상의를 벗으며 눈을 찢는 행동을 보였다.
지난해 3월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손흥민은 후반 44분까지 뛴 뒤 교체로 나왔고 교체로 나오는 손흥민에게 크리스탈 팰리스의 한 팬이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을 보였다.
토트넘 구단과 상대 구단들은 모두 가만있지 않았다. 토트넘은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종류의 차별은 혐오스럽고 차별은 우리 사회와 경기, 우리 구단에 있을 자리가 없다"며 인종차별을 규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첼시는 인종차별이 발견된 후 첼시팬인 관중에게 경기장 무기한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고 크리스탈 팰리스 역시 강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히며 이 관중은 3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스카이 스포츠 해설가 마틴 타일러는 리버풀전에서 손흥민이 상대 공격수 코디 학포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손을 쓰는 장면을 보고 "무술을 하는 것 같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어떤 리그보다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020-2021시즌부터 모든 유니폼에 'No room for racism'이라는 문구를 붙이며 어떠한 인종차별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팀 동료마저 인종차별 발언을 서스럼 없이 내뱉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인종차별 발언이 평소 손흥민과 절친했던 벤탄쿠르의 입에서 나와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토트넘 내에서 매우 절친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손흥민이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 중 안와 골절 부상을 입어 대회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을 때 손흥민을 위로해 준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벤탄쿠르였다.
이를 잊지 않은 손흥민은 지난해 2월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반월판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한 벤탄쿠르가 그 해 10월 돌아와 복귀전을 가졌을 때 "벤탄쿠르는 날 미소 짓게 하는 믿을 수 없는 선수"라며 "우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난 벤탄쿠르가 오늘 그라운드에 나타났을 때 흥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내 좋은 친구 중 한 명이다. 심지어 내가 작년에 부상을 당했을 때도 뒤에서 날 지지해줬다"라며 "벤탄쿠르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토트넘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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