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지금 정부는 대북정책이 없다... '강력 보복' 말만"
[윤성효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민주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 윤성효 |
"지금은 우선 남북 관계에 있어 위험한 상황을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없앨 수 있는 정치활동을 야당이라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했던 것처럼,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지체없이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6·15남북공동선언 24주년을 맞아, 14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민주홀에서 진행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강조한 말이다.
임 전 이사장은 "요즘 통일, 평화, 인권을 이야기하는 게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 안타깝다"라며 "민주당의 기본가치인 평화를 비롯한 민주적 가치들이 옅어지거나 흔들리는 거 아닌지 잘 성찰하고 점검하고 평가해서 담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우리가 집권했을 때 실질적으로 실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 그는 "과거 민주당 정권이 해왔던 과정에서 하나도 우연히 되지 않았다"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평화는 확고한 철학, 상상력, 담대함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금 정권에 기대는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끝없이 이야기하고 축적해서 우리한테 기회가 왔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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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와서 제일 큰 고민이 돈이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연결의 3대 경영사업이 단순히 선언이 아니라 남북협력기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해야 하는데, 국회 동의가 필요했다.
공동정부였던 자민련이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당시 김종필 총재가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원내교섭단체를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법률을 날치기로 통과하려다가 실패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4명의 의원을 꿔주어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고 나서야 남북협력기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나온 10·4선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중요한 걸음이었고 6·15공동선언보다 훨씬 구체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었다"라고 했다.
연평해전 등 군사적 충돌 등을 거론한 그는 "김대중 지도자가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준비가 없었다면 남북간에 더 큰 갈등, 대립으로 치닫는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6·15공동선언을 끌고 갔던 것은 김대중 지도자의 확고한 철학과 지도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모든 노력은 하나둘 후퇴하고 무너져 내리고 멈춰 섰다"라며 "북한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체제 안정을 보장받는 외교정치를 하는 한편, 계속 비대칭 무기인 핵을 보유하는 두 가지 노선을 걸어 왔던 것인데, 당시 북한은 2~5차 핵실험을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거론한 그는 "문재인 정부는 들어서기 전부터 대선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내부 회의를 통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고 정권 인수가 되었을 때 초기에 어떤 조치를 할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어떻게 본궤도에 올릴지에 대한 토론과 준비를 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정리했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그래서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악화된 조건이었지만 준비를 해서 정권 인수 때부터 적극 여러 경로로 북한에 설명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임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기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질적으로 차이가 하나 있었다. 앞에서는 남북간 화해협력과 기초적인 신뢰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을 거론한 그는 "당시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반대에 부닥쳤고,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하노이 회담은 실패라기보다 거기까지 진행되었던 걸 성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라며 "여정이 멈추어 선 것은 너무나 아프다. 그만한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언제 또 좋은 날씨를 만나서 우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또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남북 상황이 정말 최악이다"라고 한 그는 "아이들도 아니고, 초등학생 수준도 아니고 말이다. 대북 전단을 보내니 오물 풍선을 날렸다. 대북 확성기를 재개한다면 북한은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최소한 군사적 핫라인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없다. 남북 대립, 갈등의 요인은 널려 있다.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걱정했다.
"현재 북한은 법에 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이라는 말 대신에 '대한민국'이라고 불렀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말은 완전히 삭제되었고, 대한민국을 제일주적으로 보고 한반도에 두 국가 관계를 끌어가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이기에 노력해야"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여전히 유효한가" 강연회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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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이사장은 "민주당이 지금 국회에서 다수당이기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노력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외교적 노력을 자의적으로라도 해야 한다. 지금 한중 관계가 수교 이해 최악이고 한러 관계도 그렇다. 지난 민주당 정부까지 러시아는 우리와 더 가까웠는데 말이다.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다"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당이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정부에 요구하고 북한에 대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현 정부의 통일부·국방부 장관은 반평화적인데 유임을 시키고 있다. 그냥 보고만 있다가는 정말 상당히 제한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제한적 분쟁·갈등으로 가도 좋다면 그것은 국면전환용으로 하고 있는 거 아닌지 염려스럽다"라고 했다.
군사작전지휘권과 관련해 그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군사작전지휘권을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이 한탄이었지만, 요즘은 일시적으로나마 우리한테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했다.
미국 대선 관련해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 정부 때 백악관 참모진 가운데 북한과 대화에 있어 반대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확실하게 '예스'라고 하는 참모진으로 꾸릴 것 같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집권하게 되면 북한 관계에 있어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과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우선 대북 전단 살포 취소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실천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탈북자단체를 찾아가서 설득했던 적이 있다. 남북긴장 고조와 접경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하지 말라고 적극 나섰던 것이고, 당시 통일부는 고발을 하고 경찰이 관계자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같은 보수이지만 서로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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