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아닌 수원FC 택한 손준호... 모두가 놀랐다
[이준목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가 마침내 K리그1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준호가 입은 유니폼은 친정팀 전북 현대가 아니라 수원FC였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축구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수원FC는 6월 14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손준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손준호도 구단을 통하여 "좋은 기억을 함께 한 선수들이 있는 수원FC에서 뛸 수 있어 기쁘고, 미래가 기대된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손준호는 2014년 프로에 데뷔하여 포항-전북 등에서 활약했으며 2020년에는 K리그1 MVP까지 수상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A매치 20경기에 출전하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멤버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는 최초로 해외무대에 눈을 돌려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했고 산둥 타이산의 핵심 선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2023년 5월,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손준호는 뇌물수수 혐의로 돌연 중국 공안에 붙잡히며 무려 1년 가까이 강제 구금을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손준호의 혐의는 밝혀지지않았고, 지난 3월 중국에서 극적으로 풀려나면서 손준호는 국내로 복귀하며 선수로서의 재기를 준비해 왔다.
당초 손준호의 복귀는 전북 현대행이 유력해보였다. 전북은 손준호가 산둥으로 떠나기 전 3년 동안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던 친정팀이었다. 국내 복귀 직후에도 손준호는 구단의 배려로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머물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해왔고, 전북 팬들을 만나 복귀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하지만 손준호의 최종 선택은 수원FC였다. 손준호 측은 전북과 협상을 우선적으로 진행했지만, 최종적인 조건을 놓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손준호의 영입을 노리던 수원FC가 전북과의 협상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빠르게 접근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손준호가 처음 접촉한 지 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최순호 단장은 과거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을 맡았던 시절 선수였던 손준호와 함께했던 인연이 있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끝에 기사회생했지만, 올 시즌에는 김은중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리그 5위까지 오르는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득점왕에 도전장을 던진 이승우와 도움왕을 노리는 안데르손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수비가 뛰어난 손준호까지 가세한다면 윤빛가람과 함께 한층 탄탄해진 중원을 구축할수 있을 전망이다.
약 1년여간 특수한 상황에서의 공백기가 있는 만큼 손준호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만한 컨디션을 회복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도 풍부한 경험을 갖춘 손준호가 정상적인 기량을 회복한다면 소속팀은 물론이고 북중미월드컵 3차에선을 앞둔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 이후 확실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을 발굴하지 못하여 6월 A매치에서 노장 정우영을 다시 복귀시켜야 했을만큼 미드필더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손흥민, 김진수, 이재성과 같은 '92년생 라인' 멤버인 손준호는 아직 차기 북중미월드컵 출전도 충분히 기약해볼 수 있는 나이다.
한편 손준호를 놓친 전북은 가뜩이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적지않은 후폭풍을 맞이하게 됐다. 전북 팬들은 구단으로부터 물심양면 많은 배려를 받았던 손준호가 갑자기 수원FC로 가버린 것에 대한 실망감도 크지만, 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었던 손준호를 잡지 못한 구단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북은 현재 3승 5무 8패(승점 14)로 강등권인 리그 10위에 그치고 있다. 11위 대전, 최하위 대구와는 다득점에서 간신히 앞서고 있을 뿐이다. 전북은 최근 김두현 신임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강원과 울산에게 2연패로 3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지며 이제는 강등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북 팬들은 손준호가 후반기에 가세한다면 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와 중원에서 훨씬 안정감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전북이 K리그 내에서는 협상력이나 자금력에서 타 구단들에게 밀릴 상황도 아니기에 전북 팬들로서는 더더욱 손준호를 왜 잡지못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손준호와 전북의 협상이 불발된 이유가 '중국 사건과 관련된 리스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손준호가 중국에서 석방되기는 했지만 정확히 사법적으로 어떤 판단을 받은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수원FC는 손준호를 영입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전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망설이다가 손준호를 영입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과연 두 구단중 누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는지는, 손준호가 수원FC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전북은 최근들어 팀의 성적부진과 맞물려 김상식과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연이은 실패,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부진과 부상, 입단 이후 400일 넘게 전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실종된 권창훈의 사례 등이 겹치며, 구단의 연이은 영입실패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만일 손준호가 수원FC에서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활약까지 보여준다면, 전북 팬들의 구단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전북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오는 16일 인천과의 경기를 통하여 다시 연패 탈출에 도전해야 한다. 김두현 감독 부임 이후 첫 홈경기인 동시에 손준호 이적 파문 직후에 치러지는 경기인만큼 전북으로서는 경기 결과에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분노한 전북 팬들이 손준호 사태에 대하여 과연 구단에 어떤 반응을 드러낼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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