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범죄24時]수확철 농민들 울린 납품 사기…농촌에 내려진 사기주의보

유병돈 2024. 6.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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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서 정육업체를 운영하는 박용철씨(가명)는 2019년 10월 한 납품업체로부터 거래를 제안받았다.

소고기를 납품해주면 매달 말일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직접 해당 업체의 물류창고도 방문해본 박씨는 계약을 맺었다.

식자재 유통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모씨(51)가 지역 농민 11명에게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팥·고추·들깨·콩 등 3031만 원 상당의 농산물만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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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업체에 4억여원 사기 행각
대금 지급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

경기도 광주에서 정육업체를 운영하는 박용철씨(가명)는 2019년 10월 한 납품업체로부터 거래를 제안받았다. 소고기를 납품해주면 매달 말일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직접 해당 업체의 물류창고도 방문해본 박씨는 계약을 맺었다.

몇 개월 동안은 약속한 날짜에 대금이 정확하게 입금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납품량이 점점 늘었지만, 해당 업체는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듬해 6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박씨가 받지 못한 대금은 2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농촌에 ‘농산물 사기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농산물만 가로채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경기 광주경찰서에 박씨와 같은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6월 말. 경찰은 농민들을 상대로 이 같은 범행을 벌인 윤모씨(64)와 이모씨(60)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경기 광주와 이천은 물론 전남과 부산 등지에서 정육, 꽃게, 참깨, 건축자재 등을 납품해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물품만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윤씨는 법인을 설립하고, 경기 광주에 물류창고를 임대하는 등 실제 납품업체인 것처럼 피해업체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 업체만 12군데. 업체별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윤씨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피해금액은 4억600만원.

윤씨는 지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일부 인물들의 명의를 빌려 직책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등 멀쩡히 운영되는 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체의 직원들은 모두 명의만 빌려줬을 뿐 윤씨가 누군지는 전혀 알지 못했고, 피해 업체들 역시 윤씨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유선상으로 혹은 다른 인물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경찰은 2020년 7월 7일 윤씨를 구속한 뒤, 해당 법인의 창고 관리이사였던 이씨도 잇따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2년 뒤 전남 함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식자재 유통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모씨(51)가 지역 농민 11명에게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팥·고추·들깨·콩 등 3031만 원 상당의 농산물만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것.

오씨는 농민들에게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속인 뒤, 납품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농민들에게는 또 다른 연락처를 알려줬다. 또 연락이 온 농민들에게 ‘식자재마트 경리과장’인 것처럼 “곧 납품대금을 지급하겠다”며 ‘1인 2역’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영암·무안 등 다른 지역 농민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곧장 구속 송치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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