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마불’ 김태호PD의 무한도전…지상파 족쇄 어떻게 풀었나[인터뷰]

이이슬 2024. 6.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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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즌2 8일 종영
‘유튜브 먼저 공개’ TV예능 돌파구
MBC 퇴사 후 제작사 ‘테오’ 설립
“콘텐츠가 시청자 찾아가는 시대”
김태호 PD[사진제공=ENA]

인기 예능 ‘무한도전’으로 매주 토요일 많은 시청자를 TV 앞에 앉힌 김태호 PD가 MBC에서 나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로 또 한번 히트를 쳤다. 회사를 세우고 PD들을 영입한 후 처음 가동한 프로젝트가 ‘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이다. 채널 ENA와 손잡고 선보인 여행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 유튜버 3인 원지(이원지), 빠니보틀(박재한), 곽튜브(곽준빈)가 주축이 됐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 1이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시즌 2가 방영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본사에서 만난 김태호 PD는 “‘테오’는 10명도 안 되는 후배들과 시작한 작은 회사였지만 2년 전 정종연, 이태경 PD가 오며 본격적으로 출발했다”며 “다양한 플랫폼 출신 연출자들이 모인 다문화 제작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범 이후 여러 콘텐츠를 만들며 2~3년이 지났다. ‘지구마불’은 우리 장점을 파악하고 활용한 좋은 예”라고 말했다.

‘지구마불’은 보드게임 ‘부루마불’ ‘모노폴리’처럼 주사위를 굴려 걸린 나라를 랜덤으로 여행하는 형식이다. 김 PD는 “모든 변수를 최대한 대비했다. 회의를 통해 나라별 몇 개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지 예상했다. 출연자들도 여행 지식이 많지만, 어떤 벽에 부딪히면 꺼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숙소를 제공한다든지, 본부로 집결시킨다든지. ‘황금열쇠’ 카드로 제작진이 개입하는 장치를 심었다”고 말했다

시즌 2에서는 ‘본부로 모이라’는 황금열쇠 카드가 나와 전 출연자가 포르투갈에 위치한 본부에 모여 색다른 재미를 줬다. 시청자들은 ‘마블 본부 같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관해 김 PD는 “정확히 노린 것”이라며 웃었다. 포르투갈 본부의 수장인 김 PD도 언제 ‘황금열쇠’에 걸릴지 예상 못 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걸리면 바로 비행기를 타야 해서 캐리어를 사무실에 갖다 놓고 기다렸다. 아내가 계속 ‘언제 가냐’고 묻더라. 출연진이 2~3라운드에서 체력적으로 지칠 것을 염려해 본부에서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여행지 선정도 심혈을 기울였다. 외교부의 권고에 따라 위험한 나라는 지양하고, 주사위 판에 여름·겨울 여행지를 고루 배치해 다양한 그림을 담았다. 김 PD는 “익숙한 곳과 낯선 장소가 교묘하게 섞이길 바랐다. 미국, 일본처럼 익숙한 나라라도 그동안 콘텐츠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곳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생경하고 낯선 나라도 매력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거물급 방송인이 주축인 지상파 족쇄를 풀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무한도전’에서는 방송인 유재석, 박명수 등과 함께했다면, ‘지구마불’에서는 개인 방송 유튜버 3인과 손을 잡았다. 플랫폼도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대신 2022년 재출범한 채널 ENA와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시장 변화에 따른 과감한 선택이다.

매주 목요일 각 유튜버 3인의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그 주 토요일 ENA 채널에서 종합편이 방송된다. 유튜브 시청 조회수를 합산해 가장 많은 출연자가 우승자로 선정되는 형식이다. 온라인 콘텐츠 시장 흐름에 능숙한 유튜버들과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이 시너지를 냈다고 평가받는다.

김 PD는 “시즌 1은 크리에이터(유튜버)들의 작업 방식을 배우며 따라갔다면, 시즌 2는 방송 친화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제작진)와 그들(유튜버)이 협의해가며 콘텐츠를 정했다. 가령 ‘유럽에 가면 망한다’ ‘동굴이 나오는 여행 콘텐츠는 안 된다’는 속설이 시즌 1에서 깨졌다. 함께 방송에 적합한 부분이 뭘까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유튜브, 방송용 콘텐츠는 각 플랫폼 특성에 맞게 다르게 연출했다. 자칫 서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 각각의 PD가 편집하는 방식으로 분리했다. 유튜브 콘텐츠는 고프로 촬영분 위주로 편집하고, 자막도 각 유튜버 스타일에 맞게 입혔다. 개인적인 시점과 감상평이 주를 이룬다면 방송용 콘텐츠는 드론 샷 등 다양한 시점 샷을 삽입해 객관적으로 여행지를 소비했다. 김 PD는 “유튜브는 오디오로도 많이 듣고 근거리에서 시청하다 보니 작은 스몰토크도 귀에 들어온다. 반면 TV는 큰 화면으로 여러 사람이 보다 보니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무한도전’(2006~2018)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매회 불가능해 보이는 주제에 도전하며 10~30대 시청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김 PD는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연장인 ‘지구마불’은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김 PD는 성장동력으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콘텐츠를 만들며 섣불리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무한도전’ 때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갔다. ‘놀면 뭐하니?’도 5주간 시험 삼아 했다가 고정 코너가 됐다. 이제 ‘시청자를 유입시킨다’는 잘못된 말이다. 콘텐츠가 시청자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시청자 입맛에 맞게 ‘영점’을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야 콘텐츠가 오래간다. 계속해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진행하다 보면 ‘올드하다’ ‘시류에 안 맞는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두렵더라도 던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큰 기대 없이 일단 움직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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