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진 허그회 논란이 울린 경종 [하재근의 이슈분석]
최근 전역한 방탄소년단의 진이 '2024 페스타(FESTA)'에서 진행한 ‘허그회’에서 논란이 터졌다. 참석한 일부 팬이 국민신문고에서 고발까지 당했고 경찰서에 해당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허그회 도중에 일부 참석자가 진에게 뽀뽀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미지를 보면 여성 참석자가 진에게 뽀뽀를 시도하자 진이 황급히 얼굴을 돌리는 모습이 찍혔다. 이에 대해 성추행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바로 국민신문고 고발이 등장한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과거엔 여성팬이 남성 연예인에게 과도하게 밀착하거나 몸에 손을 대도 성추행 논란까진 터지지 않았었다. 성범죄를 남성의 가해행위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성의 행동엔 사회적 시선이 관대한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여성이 클럽 같은 곳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갑자기 신체접촉을 해도 문제가 안 되기도 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일부 여성팬들의 행동이 도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 일방적인 신체접촉은 남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 성추행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져간다. 만약 남성이 여성 연예인을 꽉 끌어안으면서 일방적으로 뽀뽀를 시도했다면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 기습 뽀뽀를 시도한 여성팬들 자신도,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뽀뽀하는 모습을 보면 분개하면서 질타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은 그렇게 행동한 것은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다른 잣대가 사라진 세상이다.
그 여성팬들은 그걸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행동이 심각한 잘못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그저 팬으로서 할 수 있는 행위 정도로 여겼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공공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면 자기도 모르게 큰 논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해당 여성팬들은 지금 일이 커진 것에 대해 당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성범죄엔 남녀의 구분이 없다는 원칙을 인지해야 이렇게 당황할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허그회는 진의 놀라운 선의로 이루어진 행사였다. 진은 전역 바로 다음날에 허그회를 진행했다. 전역 당일엔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사실 군대에서 나와서 며칠 푹 쉬어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런데 진이 자청해서 전역 당일과 다음 날에 팬들과 만나는 스케줄을 소화한 것이다.
허그회도 진은 처음에 팬들을 안아주고 싶다며 야외에서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우려로 소속사는 허그회를 반대했고 결국 절충해 실내에서 하게 됐다. 인원도 진은 3000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소속사가 반대해서 1000명으로 결정됐다.
1000명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전역하자마자 이렇게 힘든 일정을 자청한 것에서 진의 팬을 향한 진심과 방탄소년단으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전 세계에서 아미 열풍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진의 선의와 열정으로 성사된 1000명 허그회를 성공시키려면 팬들의 협조도 필요했다. 포옹 또는 악수를 하는 행사인데 1000과 그렇게 하려면 팬들이 최대한 약하고 가볍게 접촉하면서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 꽉 끌어안거나 손을 꼭 잡으면 연예인에겐 엄청난 고통일 수 있다. 이번에 대부분의 팬들이 성숙한 태도를 보여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것 같다. 다만 일부 팬들의 이기적인 무개념 행태가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지금 일부 누리꾼들은 안전 문제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소속사를 비난하고 있다. 이러면 안 그래도 안전 문제 때문에 허그회를 반대했던 소속사는 차후 이런 행사에 더욱 소극적이 될 것이다. 결국 방탄소년단이 팬들과 직접 접촉하는 행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탈행위를 한 일부 팬이 전체 팬들에게 피해를 끼친 셈이다.
돌발 사태가 자꾸 생기면 가수가 팬들을 점점 더 무서워하게 되고,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게 될 수 있다. 팬들과 접촉해야 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불안해질 수도 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일방적인 접촉은, 단순히 과도한 팬 활동 정도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폭력임을 알아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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