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까지 내 선택 원망했지만… 박수받으니 잘 했구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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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국내 공연계에 대작 연극이 잇따르는 가운데 포문을 연 것은 LG아트센터의 '벚꽃동산'이다.
지난 4일 개막해 7월 7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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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재벌 3세 이야기로 각색
“다음엔 밝고 유쾌한 작품 해보고 싶어”
올여름 국내 공연계에 대작 연극이 잇따르는 가운데 포문을 연 것은 LG아트센터의 ‘벚꽃동산’이다. 지난 4일 개막해 7월 7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전도연은 “개막을 앞두고 무섭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연극을 선택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면서 “솔직히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면서도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박수를 받고 나서야 ‘내가 뭔가 잘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벚꽃동산’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홉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다. 제정 러시아 말기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몰락하는 귀족 가문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전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호주 출신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이번에 2024년 한국의 재벌 3세 이야기로 재창작했다. 전도연은 남편과 아들이 죽은 후 술과 남자에 취해 선대가 남긴 재산을 대책 없이 탕진하는 송도영(원작의 류바)으로 출연했다.
전도연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체홉의 ‘벚꽃동산’을 읽었는데, 세계적인 명작임에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거절하려고 했다가 사이먼이 한국적인 재해석을 한다는 말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사이먼이 그리스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 ‘메디아’를 (영상으로) 보고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벚꽃동산’ 원작의 무겁고 어두운 부분을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바꾼 사이먼의 재해석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피력했다.
스톤은 고전을 재창작할 때 출연진과의 워크숍을 거쳐 인물을 구상한다. ‘벚꽃동산’을 위해서도 지난 1월 일주일간 워크숍을 열어 배우들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물은 뒤 작품에 반영했다. 전도연은 “처음 공연 대본을 읽었을 때 송도영이 자신의 상처를 딸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됐다”면서 “사이먼은 답을 주는 대신 ‘연기를 하다 보면 캐릭터가 만들어질 테니 송도영의 맑은 영혼을 표현하라’고만 이야기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스스로는 모르지만 내 안의 어떤 부분이 송도영과 닮은 것 같다. 사이먼처럼 배우 자신은 모르는 부분을 끄집어내는 연출가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전도연은 리허설을 거듭하며 송도영 역할에 몰입했다. 그 결과 답답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송도영을 만들어냈다. 다만 스톤이 연습 내내 ‘쪽대본’을 써서 내용을 추가하는 작업 방식은 전도연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전도연은 “사이먼은 ‘대본 안에 배우들 모습이 모두 들어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배우들이 불안정 속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기를 바란 것 같다.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은 아니었지만 배우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의 프리뷰 공연 때 전도연을 비롯해 배우들은 대사를 까먹은 뒤 임기응변으로 순서를 바꾸는 등의 실수를 했다. 평소 실수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에 전도연은 본공연을 앞두고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전도연은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이 내게 ‘우리를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작은 실수가 나와도 자연스럽게 무대를 이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서 “아직은 관객과 시선을 마주치며 무대를 즐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면서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 무대에 서고 싶다. 다음엔 밝고 유쾌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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