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겠다” 리뷰도 조작?…쿠팡, 공정위에 반박
쿠팡 “조작된 직원 리뷰 없어” 반박…상품 진열 ‘역차별’
“유통 기업 획일화…시장 경쟁 악영향 끼치게 될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매입 및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쿠팡에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법인 고발까지 더해 공정위와 쿠팡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국내 유통 산업 발전에 저해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과 쿠팡 PB 상품을 전담해 납품하는 자회사 CPLB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또 두 법인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과반을 차지한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가 자기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과 CPLB가 검색 알고리즘 조작 및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 높은 별점 부여 등의 방법으로 반칙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쿠팡 상품을 다른 쿠팡 입점 업체의 상품보다 우수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에 쿠팡은 “직원 리뷰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14일 이와 관련된 ‘5대 핵심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쿠팡에 따르면 임직원 상품 체험단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없다”, “비주얼과 맛에 실망해 못 먹겠다” 등 PB 상품 리뷰를 객관적으로 작성했다. “편향적인 임직원들의 높은 상품평이 소비자의 구매선택을 왜곡했다”는 공정위의 주장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임직원이 부정적 구매후기를 작성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했다”고 밝혔으나 쿠팡은 “지속적으로 별점 1점을 부여한 직원에게도 이후 리뷰 작성에 어떤 불이익을 주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 체험단 평점 평균은 일반인 체험단 평점 평균보다도 낮았고, PB 상품 리뷰 중 임직원 리뷰는 고작 0.3%에 불과하다고 했다.
쿠팡은 “공정위는 전체 리뷰수 2500만개의 극히 일부인 7만개 댓글수 만을 강조했다”면서 “이들 모두가 편향적으로 작성한 리뷰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품 진열’도 문제 삼은 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상품 진열의 경우 유통업체 고유 권한이자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어 쿠팡만 제재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이미 쿠팡 측은 앞서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쿠팡의 알고리즘은 소비자 선호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 역시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번 제재로 인해 로켓배송이 위축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도 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전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공정위 판단이 글로벌 시장 흐름을 역행하는 규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의 중국 C커머스 침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PB 상품의 검색 알고리즘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면서 “알리와 테무의 침투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만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설명했다. C커머스 업체들의 안전성, 가품 등의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규제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이같은 규제가 타 유통업체들에게 번져 시장 경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PB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권리는 소매상에 있다. 온라인 상 이걸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도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세한 것까지 규제를 가하게 되면 (기업에) 특정한 방식으로 영업하라고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위치도 고착화되고 시장 경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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