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5억명 데이터 먹고 자란다…머스크의 AI 그록 비밀 [트랜D]

트랜D 2024. 6.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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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의 괴짜 일론 머스크는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 전기차 테슬라, 우주 산업 스페이스X 등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방면에 관심을 두는 일론 머스크의 최근 관심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입니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요즘, 머스크는 AI에 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고 행동하기로 유명합니다.

머스크는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이고 위협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2030년까지 모든 인간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AI를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 Flickr


일론 머스크의 xAI


AI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밝혀온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AI 기업 xAI를 통해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xAI는 최근 60억 달러(약 8조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피델리티와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와 a16z, 세쿼이아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불과 1년 된 이 기업의 가치는 무려 240억 달러(약 32조 6000억원)에 달합니다.

xAI가 큰 투자를 받으면서 오픈AI, 앤트로픽과 같은 생성형 AI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 오픈AI보다 규모나 개발 수준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받은 투자금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구상입니다.

xAI는 작년 11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대화형 AI인 ‘그록-1’을 공개했고 올해 3월 1.5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그록은 소셜 미디어 X와 연동했습니다. 보통 생성형 AI의 코드나 핵심 기술은 공개하지 않지만, xAI는 그록-1의 코드를 공개했습니다. 그록-1은 3140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언어 모델을 사용합니다. 머스크는 AI의 오픈소스화가 마음에 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xAI의 AI 그록. xAI 홈페이지

현재 xAI는 언어모델 기반의 챗봇인 그록만 가지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AI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그록은 멀티모달 모델로 텍스트·이미지·그래프 등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xAI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AI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범용 인공지능(AGI)은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지닌 AI를 의미합니다. xAI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구축하기 위해 현실 공간이나 사물 등을 이해하는 AI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 학습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머스크의 AI 중심 전략


일론 머스크는 많은 회사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X와 테슬라가 대표적이며 스페이스X, 보링 컴퍼니, 뉴럴링크 등이 있습니다. 그록은 머스크가 경영하는 여러 기업에 AI를 제공하면서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이미 X는 그록을 사용합니다. 가입자가 5억 명에 달하는 X에서 그록이 학습하기 좋은 데이터가 지속해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머스크는 X에서 합의된 성인 콘텐트를 공식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촬영물과 같은 콘텐트를 걸러내는 역할도 AI가 맡게 됩니다. X의 검색 기능이나 뉴스 요약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사용되며, 챗봇으로 사용자와 소통하는 고객센터의 역할도 그록이 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이미 오랫동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AI를 연구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에는 AI 개발 인력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옵티머스와 같은 로봇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AI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외부에서 개발한 생성형 AI가 탑재되는 것이 아닌, 머스크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그록과 같은 AI가 탑재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위키피디아

테슬라 운전자가 그록과 대화하면서 차량 운전자에게 지시를 내릴 수도 있고, 그록이 기존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른 운전 경로를 제안하는 등 테슬라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테슬라용으로 확보한 GPU를 X와 xAI에 먼저 배정하기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머스크가 AI 개발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엔비디아에서 구매한 GPU를 X에서 먼저 활용하기로 했지만, 테슬라도 충분히 필요한 GPU를 확보할 것이라며 X나 xAI를 우선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xAI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빗댄 슈퍼컴퓨터 ‘컴퓨트의 기가팩토리(Gigafactory of Compute)’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머스크가 AI와 관련 인프라에 집중하는 이유는 후발주자로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머스크가 보유한 기업의 미래 전략 중심에 AI가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가 추구하는 AI의 미래


머스크는 AI에 대해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오픈AI의 이윤 추구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작 본인 관련 기업의 비즈니스를 위해 xAI를 설립하고 선두 AI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인간 지능에 준하는 AI를 만들고자 합니다. xAI에 대한 새로운 자금 조달 발표 직후에는 메타(Meta)의 수석 과학자이자 AI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그동안 AI가 위험하고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xAI는 강력한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얀 르쿤은 지적합니다.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 이노빌리지
AI를 대하는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 관점에서 생성형 AI는 머스크에게 꼭 필요한 핵심 기술입니다. 머스크의 xAI 등장으로 앞으로 빅테크 간 AI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선두 주자 오픈AI는 올해 차세대 LLM ‘GPT-5’를 출시할 예정이고, 구글과 애플도 지속해서 새로운 모델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과연 머스크는 샘 알트먼과 함께 세웠던 오픈AI를 넘어서는 AI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요?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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