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1시간이면 끝"…'북진' 선봉부대 업었다, 물에 뜬 수룡 [르포]
지난 12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육군 7공병여단 도하훈련장. 트럭 모양의 차량 한 대가 수심 3m 물가로 돌진했다. 거침없이 물길을 가르던 차량은 물에 뜬 상태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차량 전체를 덮은 덮개가 양 옆으로 펼쳐지자 갑판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지상에선 다른 한 대가 이미 덮개를 연 상태에서 입수했다. 이윽고 두 차량은 물 안에서 하나로 합쳐져 뗏목처럼 움직였다. 이 과정에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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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성 담보…“도하작전 패러다임 바뀔 것”
육군이 이날 진행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KM3(수룡)’ 전력화 행사의 한 장면이다. 수륙양용 차량과 다리 구조물이 결합된 해당 장비를 통해 지상군은 물속에서도 기동성을 확보한다. 2대를 연결해 뗏목 형태의 문교로 활용하거나 여러 대를 이어 일종의 간이 다리(부교)를 만드는 방식이다.
도하작전의 성패는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최대한 많은 병력과 장비를 하천의 건너편으로 옮길 수 있는지에서 판가름난다. 육군은 기존 사용하던 리본부교를 수룡이 대체하면 도하작전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본부교보다 운용 인원을 최대 80% 줄일 수 있고, 설치 시간도 약 60~70%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부교 설치를 준비하는 데 걸리던 6시간도 상당부분 아낄 수 있다. 육지에선 최고 시속 70㎞로 달리는 수룡은 물에선 시속 11㎞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도하 통과 중량은 리본부교(54t)보다 늘어난 64t이다. 수룡 2대를 연결한 폭 4.7m, 길이 26m 문교로 56t에 달하는 육군의 주력 K2 흑표 전차 한 대를 거뜬히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215m 길이를 한 세트로 하는 리본부교를 설치하는 데 90분 동안 100여명이 투입돼야 하는 반면 수룡은 40분간 수룡 약 16대를 붙여 늘어놓는 것으로 끝난다. 1대 운용에 3명이 투입된다고 보면 20여명만으로도 충분하다. 군 관계자는 “도하훈련장 옆 훈련에 이용되는 북한강 강폭이 280m”라며 “리본부교로는 도하작전을 완료하는 데 3시간이 걸렸지만, 수룡으로는 1시간 내에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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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 핵심…무인 전력과 함께 작전
이날 북한강에선 자주도하장비가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무인 전력 등을 이용해 미래전을 가정한 전술시범도 펼쳐졌다. 먼저 드론 23대가 떠 전방 수목 지역 등을 탐색하며 적 상황을 확인한 뒤 연막 차장으로 적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무인수색차량과 무인수상정찰장비는 강변과 물속을 빠르게 훑고 도하작전이 가능한지 최종 확인했다.
이후 작전은 “지금부터 도하공격 작전 시작”이라는 구호로 본격화했다. K221 발연장갑차가 가시광선·적외선 차폐 연막을 흩날리는 가운데 K2 흑표 4대, K21 장갑차 3대, K808 장갑차 2대가 강변에 늘어서 화력 지원에 나섰다. 이윽고 이중 수륙양용이 가능한 K21은 물에 떠 직접 강습도하를 시도했고 K2 1대는 준비된 수룡 문교에 올라타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 나머지 전력은 기존 리본부교와 수룡 3대를 이은 혼합 부교로 강을 건넜다.
군 당국은 자주도하장비 사업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적기 전력화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2019년 논의가 시작된 5346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은 독일 M3를 기술협력 방식으로 생산하기로 하고 2027년까지 배치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가장 큰 난관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수급이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수입 지연 품목의 수송 수단을 선박에서 항공으로 수시로 바꾸고, 가벼운 부품은 수십 차례 사람을 보내 직접 갖고 오는 등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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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진선봉’ 부대에 우선 배치
수룡 개발엔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안보 환경이 보다 엄중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이 대응하기 어려운 대북 압박 전력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도하장비가 개발 우선순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수룡은 사실상 유사시 북진을 대비하는 장비로 여겨진다. 수룡이 배치된 부대가 육군 제7기동군단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7군단의 별칭은 ‘북진선봉’, 경례 구호는 ‘북진’이다. 방어보다 공격 훈련을 주로 실시하는 육군 유일 공격 기동군단으로서 유사시 북한 중심부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는 임무를 맡는다.
군 당국자는 “한반도 지형을 보면 횡적으로 하천이 발달돼있다”며 “수비자 입장에서 하천은 최적의 방어 공간이지만 공격자에게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7군단에 최초 배치된 수룡은 이후 전 부대로 확대돼 공격 속도를 향상시킬 것”이라며 “지상전 승리의 견인차로 역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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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수출 활로 개척 역할도
수룡은 또 ‘K방산’의 수출 활로를 확대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청에 따르면 수룡은 독일 M3를 국내 면허 생산하는 과정에서 1382종의 부품을 국산화해 국산화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방탄유리, 화생방 방호장치, 전·후방 카메라 등 적용으로 독일 장비 대비 안전성과 편의성도 대폭 강화됐다. 최근 3년간 자주도하장비를 운용하는 국가가 8개에서 11개로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수출시 면허 생산 비용으로 독일 업체에 4.5%를 내야 하지만, 완성 장비 수출에 제한사항이 없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조현기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사업 초기부터 국내 42개 업체와 협업해 K방산 기업과 상생협력은 물론 향후 운영유지에 안정적인 후속군수지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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