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 묶어 언 호수에…” 떡국이를 아시나요 [개st하우스]

최수진,최민석,이성훈 2024. 6. 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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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새해 첫날, 안산시 단원구 탄도호에 유기됐던 강아지 '떡국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난지 2년이 넘었다. 각종 매체가 유기 사실을 다뤄 유명인사가 됐던 떡국이는 어느덧 3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최수진 기자

“그날이 새해 첫날이었어요. 커다란 돌에 묶여 호수에 버려진 어린 백구 사연이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7년 전 죽은 반려견을 똑 닮아서, 녀석이 환생한 줄 알았어요. 꼭 입양해야겠다는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죠. 입사 지원할 때처럼 열심히 입양신청서를 썼거든요. 나중에 들으니 입양 경쟁률이 300대 1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유기견 떡국이 입양자 박찬규(33)씨

화제의 동물 사연은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으로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됩니다. 하지만 반짝 화제가 된 뒤에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죠. 뉴스 속 영상으로 알려진 백구, 떡국이의 사연처럼 말이죠.
지난 2022년 1월 1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탄도호 인근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50대 남성 A씨가 유기한 백구 '떡국이'가 무거운 돌덩이에 묶인 채 꼬리를 흔들고 있다. 독자 제공


이야기는 2022년 새해 첫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날 오후, 얼어붙은 경기도 안산시 탄도호 위에 생후 2개월 백구가 무거운 돌덩이에 묶인 채 버려졌습니다. 얼음이 녹아내리면 백구는 꼼짝없이 호수 한복판에 가라앉을 처지였어요. 다행히 한 시민이 늦지 않게 강아지를 발견했고,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개’가 출동했습니다. 범인도 확인됐습니다. 호수 한복판에 강아지를 묶고는 자리를 떠난 중년 남성의 모습이 인근 CCTV에 고스란히 담긴 겁니다.

안타까운 백구의 사연은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새해 첫날 구조됐다고 해서 ‘떡국이’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그 뒤로 떡국이를 버린 범인이 특정됐고, 구조된 떡국이에게 100건 넘는 입양신청이 이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세상에 알려진 떡국이의 이야기입니다. 이후 떡국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또 유기범은 응당한 처벌을 받았을까요?

추적해본 떡국이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떡국이는 가정 입양에 성공했고, 의젓한 성견으로 자라났습니다. 국민일보 개st하우스팀은 지난 2일 안산에서 떡국이와 입양자 박찬규·이총씨 부부를 만나 지난 2년여간의 여정을 들었습니다. 찬규씨는 “입양 당시 많은 분이 간식과 꼬까옷 등을 후원해주셨다”면서 “지금도 몇몇 주민들은 ‘뉴스에 나온 떡국이 아니냐’ ‘잘 키워줘서 고맙다’며 인사해주신다”고 뿌듯해했습니다.

영하 12도 혹한의 추위에서… 따스한 가정으로의 입양기

지난 2일 오후 개st하우스팀이 경기도 안산에 있는 떡국이네 집을 방문해 보호자 박찬규씨와 이총씨를 만났다. 최민석 기자

사실 찬규씨는 다시 반려견을 키울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펫로스 때문입니다. 떡국이를 입양하기 한해 전인 2021년, 찬규씨는 7년간 함께 살아온 강아지 ‘덕구’를 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발견했을 당시에는 이미 손쓰지 못할 만큼 암이 악화한 상황이었어요. 힘들어하는 덕구를 무력하게 지켜보며 찬규씨는 두 번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찬규씨는 “진작에 암을 발견하고 돌봐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컸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찬규씨가 마음을 돌린 건 우연히 본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덕구의 1주기 즈음에 떡국이 뉴스를 본 거죠. 영상을 본 순간 찬규씨는 눈을 의심했어요. 떡국이가 덕구를 너무 닮아서 덕구의 환생처럼 느껴졌거든요. 찬규씨는 “떡국이 소식을 보고 ‘이번에는 잘하라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입양을 신청한다고 해도 당첨 확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뉴스에 나온 떡국이는 워낙에 인기 강아지였거든요. 당시 떡국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입양 문의가 물밀듯 들어왔습니다. 그 많은 희망자 중에서 찬규씨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진정성 덕분이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생겨도 결코 떡국이를 포기하지 않겠다’ ‘다시는 떡국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양신청서를 한 글자씩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갔죠.

마침내 찬규씨는 떡국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아내와 함께 매일 밤 강아지 훈련법을 공부하며 떡국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사람에게 버림받았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해요

산책을 즐기던 떡국이가 목덜미를 쓰다듬어 달라며 기자의 앞에 자리잡은 모습. 최민석 기자.

찬규씨의 최우선 과제는 떡국이의 아픈 과거를 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부가 생각해낸 건 훈련. 분리불안 교육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찬규씨는 “어릴 때 빨리 교육을 해서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보호자들의 노력 덕분에 떡국이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강아지가 됐습니다. 찬규씨는 “어렸을 때 버려진 과거가 있으면 사람한테 공포심이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사랑받으려고 한다”고 신기해했습니다. 진도믹스인 떡국이는 집을 지키기 위해 방문객들이 들어오면 잠시 짖기는 하지만 이내 애교를 부리며 다가와 꼬리를 흔들곤 합니다.

인기 강아지인만큼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루 세 번 산책하러 가는 떡국이를 유심히 본 동네 주민들이 “뉴스에 나온 그 강아지 아니냐”고 묻기도 했죠. 찬규씨가 먼저 팔불출처럼 나설 때도 있었습니다. 떡국이에게 관심을 보이면 직접 기사를 보여주며 “이 강아지가 바로 떡국이다”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렇게 떡국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지난 2일 마주한 떡국이는 터그놀이를 좋아하는 16㎏의 의젓한 소녀 강아지가 되어 있었죠. 성장한 건 떡국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찬규씨의 아내 이총씨는 한국 생활이 낯선 외국인이거든요. 떡국이가 자란 만큼 총씨도 한국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 갔으니 둘은 함께 성장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총씨는 “한국에서 떡국이와 함께 성장하는 거니까 더 좋고 떡국이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화제의 떡국이 그 이후…

떡국이가 2개월 때 입었던 옷이 거실에 놓여져 있다. 현재 16kg이 된 떡국이가 자신이 예전에 입었던 옷의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 최민석 기자

떡국이를 그날 빙판 한가운데 버린 범인은 제대로 처벌됐을까요? 취재 결과, 떡국이를 유기한 A씨는 2022년 1월 3일 경찰에 붙잡혔는데 경찰조사에서 끝까지 유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해요. A씨는 “낚시를 하러 갔는데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피워 혼내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3~4시간 뒤 강아지를 찾으러 갔는데 사라졌다”고 했다죠. 실제 A씨가 주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강아지 소재를 묻고 다닌 행적이 수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유기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혹서·혹한의 환경에 방치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것은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합니다. 떡국이가 유기될 당시 안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12도였어요. 그런 날씨에 언 호수 위에 도망가지도 못하게 돌멩이로 묶어 방치했다면 학대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다행히 동물단체가 곧장 구조해 강아지에게 큰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A씨의 행동은 동물학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결국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살 생일을 앞둔 떡국이의 행복한 견생

보호자 이총씨는 떡국이와 지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터그놀이를 좋아하는 떡국이와 이총씨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성훈 기자

어느덧 2년. 스타덤에 올랐던 떡국이는 이제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구조 당시 2.7㎏이었던 무게가 16㎏으로 늘었으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떡국이를 아는 분들은 늘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곤 합니다. 찬규씨는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하는 분도 있고 벌써 이렇게 컸냐고 하는 분도 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찬규씨는 떡국이의 생일을 11월 8일로 정했습니다. 곧 3번째 생일을 맞을 예정인 떡국이는 훌륭한 보호자 찬규씨 부부 덕에 다양한 개인기를 겸비한 똑똑한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조만간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갈 계획인데 이 정도 여행쯤은 걱정도 아니랍니다.

이젠 없어선 안 될 가족이 된 떡국이. 찬규씨 부부가 떡국이에게 바라는 건 건강 말고는 없습니다. 찬규씨는 “강아지는 우리보다 생애 주기가 빠르니까 먼저 떠날까 봐 걱정이 되긴 한다”며 “그냥 우리 곁에 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수진 기자, 최민석 기자, 이성훈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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