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국 고속철이 우즈베크 달린다"…2700억 규모, KTX 첫 수출
“한국 고속철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달리게 됐습니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고속열차 수출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도 타슈켄트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한국의 고속철 차량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며 “이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의 첫 수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고속철도 운영 등 양국 철도분야 전반의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양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이 발주한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2004년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KTX를 개통한 지 20년만에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속철을 수출하게 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고속철 역사의 시작점인 1992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착수 32년 만의 첫 해외 수주”라며 “본격적인 한국 고속철의 세계 시장 진출을 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현대로템은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KTX-이음(EMU-260)’을 개량해, 2027년 시속 250km급 고속철 총 6편성(1편성당 객차 7량)의 열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이들 열차의 유지보수(경정비 2년, 중정비 9개월)를 맡는다. 열차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km) 구간과 향후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km) 구간, 미스켄~누쿠스(196km) 구간 등 총 1216km에 달하는 노선을 달린다.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의 사막 기후를 고려해 높은 고온에도 안정적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를 변경하는 한편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날 양국은 고속철 공급계약을 포함해 총 17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 의향서 등이 체결됐다. 고속열차의 운영·유지보수와 기술 교류, 인력양성 및 차량기지 건설 지원 등 양국 철도 발전을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하반기 입찰 예정인 ‘타슈켄트-안디잔 고속도로’를 포함한 53억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 수주와 관련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텅스텐, 몰리브덴 등 반도체·2차 전지의 소재가 되는 핵심광물을 다량 보유한 우즈베키스탄과 자원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결합해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즈베키스탄 광업지질부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약정’을 맺었다. 양국이 핵심광물 탐사부터 개발·정련·제련·활용에 이르는 전(全)주기 협력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핵심광물 탐사로 경제성이 확인되는 경우 우리 기업이 우선으로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외,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즈베키스탄 건설주택공공서비스부·에너지부와 ‘우즈베키스탄 지역난방 현대화 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노후한 우즈베키스탄 지역난방의 현대화·효율화를 위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우리 건설사 및 배관 관련 기업의 관련 사업 진출이 기대된다.
정상회담에 이어 윤 대통령은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30년 전인 1994년, 대우자동차 공장이 아사카 시에서 첫 삽을 뜨며 양국의 경제협력이 시작되었고, 이제 우즈베키스탄은 연간 4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앙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며 “대한민국은 중앙아시아의 핵심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협력하면서 미래로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측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尹, 지지율 26%=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6%로 나타났다. 취임 후 최저치 21%를 기록한 직전 조사(지난달 28∼30일)보다 2주 만에 5%p 올랐다. 부정 평가도 최고치를 기록한 직전 조사(70%)보다 4%p 하락한 66%였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23%), 의대 정원 확대(10%) 등이, 부정 평가는 경제·민생·물가(13%), 소통 미흡(9%) 등이 꼽혔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0%,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 11%, 개혁신당 4%, 진보당과 새로운미래 각각 1%,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 23%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지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타슈켄트=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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