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vs 배그…K게임 자존심 싸움 [맞수맞짱]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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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게임 | 넥슨 vs 크래프톤

국내 게임업계 1위 자리를 두고 넥슨과 크래프톤이 맞붙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사가 되지 않는 대결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넥슨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독주하는 넥슨을 크래프톤이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넥슨이 주춤하는 사이, 배틀그라운드의 인도 흥행을 앞세운 크래프톤이 넥슨을 따라잡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넥슨이 게임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은 크래프톤이 1위 자리를 꿰찼다. 두 회사의 자존심 경쟁은 실적을 넘어 ‘작품 개발’에서도 이어진다. 넥슨과 IP 유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의 게임 ‘다크 앤 다커’의 모바일 버전 개발·서비스 권한을 크래프톤이 사들였다. 실적 경쟁과 작품 개발 과정의 껄끄러운 문제까지 겹치면서 두 회사의 다툼은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K게임 1위를 두고 넥슨과 크래프톤이 맞붙는다. 넥슨은 ‘던파 모바일’의 중국 흥행을 앞세워 2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되찾는다는 계획이다(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흥행을 내세워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아래). (넥슨, 크래프톤 제공)
매출 1위 했지만…이익 낮아진 넥슨

배그 앞세운 크래프톤, 넥슨 위협

2023년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3N으로 묶이는 과거 경쟁자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따돌렸다. 지난해 넥슨은 매출 3조9329억원, 영업이익 1조2516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매출 1조원을 넘긴 다른 대형 게임사 4곳의 영업이익 총합보다 넥슨 영업이익이 더 컸다. ‘던전앤파이터’ ‘피파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인기 게임 매출이 탄탄했고,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크래프톤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분전했다. 2023년 연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 시장에서 안착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 다만, 넥슨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했다.

해가 바뀌면서 구도가 바뀌었다. 절대 1강으로 꼽히는 넥슨이 흔들렸다. 넥슨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6억4200만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 등장 확률을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과징금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각종 논란에, 실적을 이끌던 신작 매출이 하향하면서 성적이 급감했다. 2024년 1분기 넥슨은 매출 9689억원, 영업이익 2605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48% 감소했다.

넥슨이 주춤한 틈을 타 크래프톤이 치고 나왔다. 2024년 매출 6659억원, 영업이익 3105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넥슨보다 3000억원가량 낮지만, 영업이익은 넥슨을 뛰어넘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 중국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넥슨도 반격에 나섰다. 5월 21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 시장에 내놨다.

던전앤파이터 시리즈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 IP다. 중국에서만 수조원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명성은 여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5월 21일부터 6월 1일까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수 440만건, 매출 1억1600만달러(약 1597억9000만원)의 성과를 거뒀다. 중국 시장에서 모두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도 가볍게 제쳤다. 중국 현지 언론에서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2000억원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게임업계에서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실적이 반영되는 2분기에는 넥슨이 크래프톤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두 회사 신경전은 ‘실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 IP ‘다크 앤 다커’를 두고 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다크 앤 다커는 소규모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가 개발 중인 작품이다.

아이언메이스는 현재 넥슨과 다크 앤 다커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다크 앤 다커를 넥슨 자산을 빼돌려 만든 ‘표절작’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신규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 P3’ 개발팀장으로 있던 최 모 씨가 소스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팀원들과 함께 퇴사해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한 뒤 다크 앤 다커를 만들어 저작물 침해와 영업방해를 했다는 요지다.

소송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다크 앤 다커의 모바일 개발·서비스 권한을 크래프톤이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 대결 구도가 대형 게임사끼리의 대결로 확전됐다. 게임업계는 술렁였다. 크래프톤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표절, 유출 논란이 있는 작품의 IP를 사용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넥슨도 떨떠름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아이언메이스가 넥슨 ‘저작권’을 표절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크래프톤은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을 사실상 포기해야만 한다. 아이언메이스 저작권이 박탈되는 만큼 IP 인수 자체가 ‘없던 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최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소송이 ‘저작권 침해’보다는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크 앤 다커 모바일’ 개발이 중단될 위험은 사라졌다.

확률형 아이템 소송 맞닥뜨린 넥슨

원게임 리스크에 시달리는 크래프톤

게임업계 ‘1강’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두 기업이 가진 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소송전, 크래프톤은 원게임 리스크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후 소송전까지 휘말렸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508명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손해배상·환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템 등장 확률 변경을 알리지 않고 허위로 고지,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넥슨으로서는 뼈아픈 소송전이다. 소송에서 지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내야 한다. 이겨도 문제다. ‘메이플스토리’ 게임 이용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메이플스토리가 부진에 빠지면, 넥슨이 목표로 하는 ‘4조원 매출’ 달성은 어려워진다. 게임 이용자 마음을 돌리는 동시에, 법적인 위험까지 해결해야 하는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크래프톤은 고질적인 ‘원게임 리스크’ 해결이 시급하다. 수익을 제대로 내는 IP가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이다. 배틀그라운드가 휘청이면 회사 전체 실적이 휘청인다.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주가가 저평가받는 이유다.

크래프톤은 오래전부터 ‘원게임 리스크’ 해결을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 미국 유명 게임 제작사 ‘언노운월즈’ 인수, 유명 게임 개발자 글렌 스코필드 영입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를 늘렸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언노운월즈는 크래프톤 인수 이후 차기작을 내놓지 않았고, 글렌 스코필드는 개발을 주도한 ‘칼리스토 프로토콜’ 실패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갔다.

크래프톤이 넥슨과의 마찰을 각오하고 ‘다크 앤 다커’의 모바일 IP를 인수한 것도 원게임 리스크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분수령은 신작 ‘다크 앤 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올해 하반기다. 두 작품 모두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 테스트에서는 평가가 좋았다.

하반기 두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크래프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원게임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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