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 치료제’…韓 스타트업이 앞당겼다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3수 끝에 상장에 성공해 감회가 남다릅니다.”
올해 5월 상장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창업자 겸 대표의 말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이 대표가 이끄는 연구개발 중심 바이오 기업이다.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상용화하는 사업이 주력. 그간 코스닥 시장에서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지고 고금리 여파로 바이오 시장 자금경색이 이어져 도전하는 업체가 현저하게 적어진 상태에서 올해 첫 신약 개발사 상장이라는 타이틀도 따냈다. 디앤디파마텍 상장 당일(5월 2일) 종가는 공모가(3만3000원) 대비 10.6% 오른 3만6500원에 거래됐다.
이슬기 대표는 학창 시절만 해도 창업보다는 연구자에 가까웠다. 부친인 이강춘 전 성균관대 약학대학장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영향으로 신약 개발에 관심이 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과 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 후 과정까지 수학한 배경이다.
운명적인 인연은 미국 연구 생활 때였다. 당시 마틴 폼퍼(Martin Pomper) 존스홉킨스 의대 방사선과 교수가 이 대표를 높이 평가하고 2012년 존스홉킨스 의대에 제안해 교수로 부임할 수 있게 연결해줬다.
존스홉킨스 의대 생활은 이 대표의 지적 호기심을 극대화시켰다. 한국 연구실에서 개발하던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 용도를 알아낼 수 있었고 적응증에 대한 연구도 현지 석학과 함께하면서 즐거움은 배가됐다. 비만 치료제, 유산균 등과 연관 있는 GLP-1 물질 연구는 물론 다양한 약물전달기술(DDS) 연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퇴행성 뇌질환 분야 세계적인 석학인 테드 도슨(Ted Dawson) 존스홉킨스 의대 신경과 교수와 협업하면서 GLP-1을 바탕으로 개발한 ‘NLY01’이 파킨슨병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냈습니다. 이때 신약 개발 가능성을 봤습니다.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인 ‘TLY012’ 또한 섬유화 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신약 개발로 이어봐야겠다는 확신이 들면서 저의 멘토인 아버지와 여러 존스홉킨스 교수가 의기투합, 2014년 창업하고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사명 ‘디앤디파마텍’은 새로운 신약을 발굴(Discovery)해 개발(Development)하는 꿈(Dream)을 진취적으로 도전하고 실행(Do)하는 기술 중심의 글로벌 제약사(Pharmatech)로 도약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는 후문이다.
“워낙 창업 멤버부터 대단한 인재가 많이 모였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 창업하자마자 얼마 안 돼 좋은 투자자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신나게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지요. 당연히 상장까지 순탄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력 제품 임상 결과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통상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지속적인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스타트업 디앤디파마텍이 대형 제약사처럼 신약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과 약효를 환자에서 검증할 수 있는 초기 임상 연구에 집중했다. 대규모 임상 비용이 필요한 후기 임상은 대형 제약사가 진행하도록 기술 이전하는 식의 사업 방향을 정했다. 이때 매출은 기술 이전 계약 때 받는 계약금 또는 제약사가 추가로 임상을 할 때 받는 마일스톤 금액, 그리고 신약이 허가를 받아 상용화됐을 때 받는 로열티(매출의 일정 비율) 등에서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 말대로 오히려 창업 초창기에는 순탄했다. 스마일게이트, 동구바이오제약 등 투자사로부터 상장 전까지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문제는 지난해 2월 초 발생했다. 디앤디파마텍이 많은 기간과 비용을 투자·진행한 GLP-1 계열 NLY01 제품의 파킨슨병 임상 2상 결과가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는 했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구조조정, 비용 절감 요구가 빗발쳤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인력 35%를 이때 감축했다.
최소 자금만으로 버티던 때 그해 4월경 미국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비만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또 다른 GLP-1 계열 약물인 ‘DD01’이 초기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 마침 당시 국내외 증시에서는 위고비 등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 기대감이 한층 커지던 시점이었다.
디앤디파마텍은 단숨에 ‘GLP-1 경구용(먹는 약) 비만 치료제’ 기대주가 됐다. 이때 미국 바이오 기업 메트세라(Metsera)가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접촉해왔다. 그 결과 ‘DD01’ 기술 이전, 공동개발 계약을 하면서 자금에 숨통이 트였다. 디앤디파마텍은 설립 후 올해 6월 기준 총 3건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총 계약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이런 위기 극복 경험이 상장 이후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기대주로 부각된 디앤디파마텍.
회사 측은 그 밖에도 많은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독자 개발해 3상까지 진행하고 있는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NLY01’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뇌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파킨슨병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또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로 알려진 ‘DD01’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또 다른 임상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뇌 신경세포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사멸을 방지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도 순항 중이다. 통상 시중에 나와 있는 치료제는 주사제 스타일이 대세. 이 약물을 복용이 편리하게 ‘먹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진행될 DD01의 MASH 미국 임상 2상의 성공적인 진행을 통해 또 한 번 좋은 기술 이전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전 美 IPO 혹은 M&A
이 대표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국내 상장에 이어 차세대 사업 모델을 갖춘 합작회사 ‘지알파’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알파는 2022년 글로벌 투자사가 출자한 젠테라가 지분 60%, 디앤디파마 계열 회사가 40%를 현물출자해 만든 조인트벤처 회사다. 방사성 치료제가 주력으로 올해 초 차세대 알파 방사선 전립선암 치료제 PMI21(PSMA alpha-therapy)에 대한 미국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성공적인 임상 진입 후 M&A 또는 미국 IPO를 계획하고 있다”며 “성사된다면 보유 지분 가치가 큰 수익으로 회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장이라는 과정은 이런 신약 개발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창립 후 그랬던 것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개발과 임상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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